[사설]혁신학교, 학부모가 선택하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학교가 미쳐가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됐다고 시험은 4과목만 치른다. 4명씩 짝지어서 학습지 한 장 주고 토론하라고 하니,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수다 떨다 (집에) 온다.’ 경기도의 혁신학교 A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혁신학교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특권 교육, 줄 세우기 교육’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공교육 모델로 제시한 학교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교 수업을 가정에서 하게 생겼다”고 걱정이고, 학생들은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이다.

혁신학교는 토론 등을 통한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200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당선된 김 교육감이 그들의 교육관을 반영해 만들었다. 혁신학교는 2010년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지역에서 좌파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이들 지역으로 확산돼 올해 354개교(6월 기준)로 늘었다. 당연히 혁신학교에는 전교조 교사의 비율이 높다. 지난해 24.4%로 전국 평균(12.3%)의 2배였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가 바로 교장에 발탁될 수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주민발의 서명운동에 혁신학교를 동원했다. 그야말로 ‘전교조 교육의 전초기지’가 돼버린 형국이다.

교육은 탄탄한 기초학력을 갖추는 데서 시작된다. 학생들이 교과서의 기초지식을 모르면 토론에서 입도 뻥끗하기 어렵다는 것은 교사들이 더 잘 안다. 토론을 위한 기초교육조차 제대로 못 시키면서 학습 부담만 줄인 결과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혁신학교 181곳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교육청으로부터 해마다 평균 1억800만 원씩을 지원받으면서 전교조만 편하고, 교육 수요자는 불편한 혁신학교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8일 “혁신교육지원법을 제정해 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혁신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다. 현재 교육청은 학생들을 혁신학교에 거의 강제 배정하고 있다. 교육 수요자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혁신학교#교육#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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