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후보, 노무현의 NLL觀 승계할 건지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과 나눴다는 비공개 대화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의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보았다는 60여 쪽 분량 대화 녹취록의 골자는 ‘북방한계선(NLL)이 불법적으로 그어진 선(線)이니 앞으로 이 선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우리의 영토주권을 포기한 발언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백종천 전 대통령안보실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비밀 녹취록의 존재를 부인했다. 두 차례 공식 정상회담 말고 별도의 단독회담이 없었으니 비밀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 인사들은 녹취록을 분명히 봤다고 하고, 2007년 실제로 회담에 임했던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하니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혼란스럽다.

김정일 앞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NLL은 법적인 근거 없이 미군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뒤에도 핵무기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며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에 대항한 자위적(自衛的) 측면이 있다는 발언도 자주 했다. 대선 쟁점으로 번진 NLL 논란의 진실을 규명하자면 녹취록 공개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

‘10·4선언’ 전면 계승을 주장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4일 “당선되면 즉각 공동어로구역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NLL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2007년 11월 국방장관 회담이 실패한 것은 아쉽다며 회담 수석대표였던 김장수 전 장관에 대해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이 NLL을 양보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경직됐다”고 말했다면 문 후보의 NLL관(觀)에 문제가 있다.

북한은 여전히 “10·4선언은 NLL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 NLL 주변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지속되는 것은 1953년 정전 이후 지켜져 온 남북 간 해상경계선을 부인하는 북한의 태도가 근본 원인이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NLL관을 승계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무현#남북 정상회담#NLL#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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