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군이 내무반 올 때까지 몰랐다니 전방 위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의 철책선이 잇따라 뚫렸다. 강원 고성의 육군 모 부대는 2일 북한군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 전방관측소(GOP) 생활관(내무반) 앞까지 오도록 까맣게 몰랐다. 비무장지대 최전방 경계초소(GP)와 철책 앞 GOP를 지키는 경계병들이 모두 졸고 있었단 말인가.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기 위해 넘어왔기에 망정이지 수류탄이라도 들고 와 도발했더라면 내무반이 통째로 날아갈 뻔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는 지난달 4일 탈북자가 해안 철책선을 뚫고 들어왔으나 군은 5일 뒤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군은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는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철책선이 뚫린 것은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뜻이다. 어느 곳보다 군기가 엄정해야 할 최전방 철책선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다른 곳의 경계 상태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군은 2년 전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겪은 뒤 다시는 그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싸워 이기는 전투형 부대를 육성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북한군 병사가 내무반 앞까지 와도 낌새를 채지 못한 걸 보면 말로만 하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었던 모양이다.

동부전선 철책선에 난 구멍은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군은 북한군 병사의 침투 사실을 숨겨오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을 받고서야 공개했다. 경계 실패도 모자라 잘못까지 숨겼다. 사냥꾼에게 몰린 꿩이 덤불에 머리를 처박는 모습과 비슷하다. 국방부는 북한 병사의 잇단 귀순에 대해 북한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지만 우리 군의 기강 해이도 심각한 상태다. 북한군 병사는 폭 2km인 비무장지대를 지나 3m가 넘는 복잡한 구조의 철책선을 아무런 제지 없이 넘으면서 한국군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합참이 전비태세 검열단을 고성 부대에 보내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지만 합참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관계당국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경계 실패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북한군#전방 위기#철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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