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관광객 막 대해선 선진부국 못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한국을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그제 새벽 “한국 도착 첫날에 호텔이 아닌 심야 사우나에서 묵었다”며 주한 중국대사관에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이 도착한 청주공항 인근 숙박시설에 빈방이 없어 사우나를 숙소로 잡아 벌어진 일이다. 한국 측 여행사가 1인당 500위안(약 9만 원)을 배상하는 선에서 수습했다지만, 한국의 부족한 관광서비스 인프라와 저가 여행상품의 민얼굴을 드러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소득과 소비수준이 높아진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는 세계 관광시장의 큰손이다. 매년 한국 인구에 맞먹는 5000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선다. 불황과 내수 침체가 밀어닥친 한국 경제에 가뭄 속의 단비 같은 고객이다. 올해 중국 중추제(추석)와 건국기념일(10월 1일)이 겹치는 황금연휴(9월 30일∼10월 7일)에만 10만 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아 2억 달러를 소비하고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명동, 남대문시장 상인이나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장사를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인들은 씀씀이가 크다.

중국 관광객은 케이팝(K-pop) 한국 TV드라마와 같은 한류, 국가 이미지, 쇼핑 인프라를 보고 한국을 방문한다. 최근 위안화 강세와 중국 일본 간 영토 분쟁에 따른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저가의 덤핑 관광과 부족한 숙박시설, 쇼핑을 강요하는 바가지 관광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싸구려 관광지의 딱지를 떼기 어렵다. 반짝 특수(特需)만 노리면 한류가 시들고 반일(反日) 감정이 풀릴 때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관광 산업은 외화를 벌어들여 내수시장을 키우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부국은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이외에도 예술 쇼핑 음식점 숙박시설 등 질 좋은 서비스 인프라로 관광산업을 일으켰다.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전통문화 체험과 생태 탐방 같은 테마 상품을 개발하고 의료관광을 포함한 고가(高價)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여관 게스트하우스 등 중저가 숙박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대폭 높이고 유럽처럼 민박형 숙박시설을 늘려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서울과 제주도에 편중된 관광을 다른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마케팅도 필요하다. 중국 경제의 팽창에 따라 급속히 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을 ‘뜨내기손님’ 대하듯 하다가는 10년 넘게 지속된 관광수지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중국 관광객#항의#관광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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