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곳간 걱정하는 경제 원로들의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전직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전현직 언론인 100여 명이 참여하는 건전재정포럼이 26일 창립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남유럽처럼 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 급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재정이 위험 상태에 놓였다”…. 정부와 기업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이 제대로 말을 못하니 경제 원로들이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전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은 개회사에서 “건전재정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를 당했을 때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다”며 “재정 건전성은 한 번 무너지면 복원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모임 대표를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창립선언문에서 “정치권은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해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축사를 통해 “후배들이 일을 잘못해 선배들이 나서게 됐다. 송구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무거웠다.

양극화에 따른 소득격차 해소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보육과 취업 지원 등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요인 하나만으로도 2050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수준에 육박하는 128∼1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통일비용까지 감안하면 미래가 두렵다. 정부가 짠 내년도 복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복지지출은 2005년 처음 50조 원을 넘어선 뒤 8년 만에 갑절로 불었다. 여야가 예산 심의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복지 예산 경쟁을 벌이면 내후년으로 미룬 흑자재정은 물 건너가고 쌀독이 금세 빌 것이다.

건전재정포럼에서 “경기 부양보다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공약의 재정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재정준칙을 입법화하자” “50년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 재정전략이 필요하다” “예산 실명제를 도입하자” 같은 대안이 제시됐다. 공론화를 거쳐 타당한 내용은 곧장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 논쟁에 빌미를 제공한 대기업도 불공정 관행을 혁파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복지#예산#포퓰리즘#경제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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