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와 대선후보들, ‘공모제 사기극’ 견해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19대 사무총장 공모 절차가 그제 중단됐다. “사무총장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무늬만 공모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본보 보도를 계기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거부하고 지원자 일부가 사퇴하면서 더는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심사위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특정인을 사무총장에 앉히기 위해 다른 유력 후보에게 사퇴압력을 넣고 있다”고 털어놓았다(24, 25일자 A1면).

본보는 이달 초 기획시리즈 기사를 통해 공공기관장 공모제가 사실은 ‘무늬만 공모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정권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지적했다. 본란은 올 12월에 전광우 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국민연금공단에도 ‘내정 낙하산’이 있는지, 남은 임기 몇 달만이라도 제대로 된 공모제를 해볼 생각이 있는지 청와대의 생각을 물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을 공모한다면서 실제로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려고 했다. 정부가 민동석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마음에 두었으면 그대로 임명할 일이지 공모제라는 너울을 쓰고 민 전 차관을 내정한 것은 국민 기만이다.

공공기관장 공모제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가 ‘추천제’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공모제로 이름을 바꾸며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실상 ‘내정 공모제’였다. 현 정부는 토지공사 한전 국민연금공단 등 90여 개 기관을 공모제 의무대상 기관으로 확대 지정했지만 매번 청와대에서 찍은 사람이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편법과 위선의 관행이 굳어지면서 관련 부처와 후보자들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이런 거짓 절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차라리 인사가 잘못되면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는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공기업 등 정치색깔이 없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제대로 된 공모제를 통해 운영을 혁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공모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공공기관장 자리를 집권세력이 전리품(戰利品)처럼 인식하는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임명제로 가든지, 명실상부한 공모제로 가든지 택일해야 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당선된다면 공모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이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구상을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공모제 사기극#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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