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명진]차기 정부에선 방통위 반드시 개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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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5년 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탄생시킨 방송통신위원회가 개편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남북한 문제같이 대결이 불가피한 다른 정책 분야와는 달리 현 방통위 체제의 문제점이나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산업계, 학계, 관련 위원회 등 전문가그룹과 정치권에서도 대개 비슷한 인식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유력 대선후보 캠프 간에도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

3위→19위 추락한 IT 경쟁력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영역을 융합한 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고 정부의 독단에서 벗어나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으며 합의제 위원회로 설립됐다. 그러나 곧 국회의 축소판처럼 돼버린 합의제 위원회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진영논리에 영향을 받다 보니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공정한 의사결정의 부재 및 비효율적 정책추진 등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방통위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생겨난 새로운 산업영역의 사업자 간 분쟁에서도 조정능력의 부재를 드러냈다. 예컨대 지상파 재송신, 주파수 재배치 등의 분쟁으로 사업자, 매체 그리고 플랫폼 간의 갈등이 적절히 조정되지 못하고 서비스 중단 사태로까지 치달아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 방송정책, 미디어법, 종합편성채널 같은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국정 전반을 어지럽히는 정치적 대립으로 확전(擴戰)되기도 했다.

산업계가 가장 불만을 드러낸 대목은 정보통신산업의 기능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발생한 업무 추진의 비효율성이다. 정보통신기술 영역에서는 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단말기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되는 추세다. 그러나 기능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바람에 ICT로의 능동적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경쟁력도 2007년 3위에서 2011년 19위로 하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비난을 방통위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분명 억울한 일이겠으나 국가가 ICT의 융합을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는 틀을 만드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현 방통위의 개편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다양한 조직, 기관 및 연구그룹에서 7, 8개의 개편안을 내놓았고 대선후보들의 캠프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논의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ICT 정책 5년간 표류해선 안돼

첫째, 독임제(獨任制) 기구의 설립이다.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던 ICT 기능을 방통위에 통합시켜 정보통신 정책 산업의 컨트롤 타워로 기능을 하게 하자는 안이다. 물론 플랫폼 성격의 열린 조직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관장 업무를 포기해야 하는 관련 정부 부처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보통신 정책부서가 합의제(合議制) 위원회를 포기하고 독임제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둘째는 합의제 위원회의 병행 안이다. 방송 정책이나 통신시장의 공정경쟁 감시 및 소비자 권리보호 기능을 분리해 독임제 정부 부서와 병행해서, 혹은 그 산하에 합의제 위원회를 만들어 맡기자는 안이다.

세 번째는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위원회의 구성에서 정당추천제를 배제하고 전문성과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해 구성함으로써 정치권에 휩쓸리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세부안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돼 정부조직을 꾸리건 유사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일단 특정 후보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진영논리’에 따라 여야(與野) 간 정쟁의 대상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 경우 ICT 정책과 산업은 또다시 5년간 표류할 수도 있다.

현재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가 끝나기까지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정보통신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 ICT가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라는 점, 현 방통위의 조직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후보 진영 담당자들 간의 협의체를 만들어 큰 틀의 합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의 방통위든 아니면 학계 업계 등 어떤 주체든 후보자 캠프를 한 테이블에 모아 누가 당선되든 협조 분위기에서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하면 좋을 듯하다. 정보통신산업이 더는 맴돌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명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mjinpark@snu.ac.kr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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