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종]대일외교, 단호한 메시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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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전 유엔대사
김현종 전 유엔대사
한국이 독도 소유권을 주장하면 일본은 이상하게도 위안부(이하 성노예) 문제와 연계시켰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강제로 끌고 간 성노예에 대해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어려운 시절 매춘은 매우 이익이 남는 장사”라는 망언을 했다. 위안부 소녀상 옆에 박은 말뚝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적혀 있다. 어떻게 영토 소유권 문제와 반인륜적인 성노예 문제를 동일한 차원에서 보는지, 같은 동양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하다.

“위안부-독도 한 치의 양보 없다”

우리는 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해야 한다. 외교무대에서는 통치권자의 한마디가 국익과 국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1일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법률적인 것 말고도 인도주의적 조치는 일본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5년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아시아 여성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으로 지불하려 했지만 피해자들이 거부했다. 성노예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사과와 법적 책임이다.

정부는 일관성 있는 대일본 정책을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 즉시 중재 요구를 해야 한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성노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중재 신청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물론 일본은 우리의 중재 요청을 무시할 것이다. 그러나 성노예라는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해 세계 여론은 우리 입장을 지지할 것이고 일본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8월 29일 북-일 회담 전에 도쿄에 관계자를 보내 브리핑을 받아야 했다. 통치권자의 독도 방문 뒤 관계자를 도쿄에 보낼 경우 일본에 약하게 나간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략적 실수다. 관계자를 도쿄에 보냈다면 북핵문제 같은 국제이슈에 대해서는 일본과 협의할 수 있으나, 성노예 및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국내 여론을 감안해 우리 정부가 9일 예정된 미국 일본 등 10여 개국과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자 미국 국방부가 반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입장을 바꿨다. 여러 국가가 참가하는 PSI에 가입한 이상 우리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국격이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재집권할 경우 성노예 강제연행을 인정한 과거 담화를 수정하고 헌법 9조 평화조항을 폐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는 전 일본 외상 아베 신타로의 아들이다. 신조와 신타로의 ‘신(晋)’은 다카스기 신사쿠(군대를 현대화해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의 서막을 여는 데 기여한 청년 사무라이)의 ‘신’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는 다카스기 신사쿠의 스승인 요시다 쇼인으로 연결된다. 요시다 쇼인의 ‘조선을 취할 것이냐, 중국을 취할 것이냐’라는 외정(外征) 사상은 이토 히로부미 등 제자들에게 계승돼 조선정벌론으로 발전했다.

日도발 막기 위해 해군력 강화해야

우리는 이런 사상을 가진 일본 지도부를 상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국력의 분모는 하드파워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군사력이 강한 중국에는 최근 갈등과 관련해 냉정을 잃지 말자는 친서를 보낸 반면 한국에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해군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해군이 독도를 지키고 일본 해군을 견제할 만한 전투함, 3000t급 잠수함, 항모, 미사일 등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력 증강이 필요하다. 민족통일을 조속히 이루어 열강을 상대할 수 있는 국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현종 전 유엔대사
#대일외교#독도#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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