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녀교육 때문에 노후 위협받는 중산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소득이 낮은 편인데도 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에듀푸어(Edu-poor·교육 빈곤층)가 전국에 82만4000가구에 이른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가 유치원 이상에 재학 중인 9가구 중 한 가구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에듀푸어들은 매달 68만5000원씩 적자를 보면서 대출 이자로 한 달 평균 15만2000원씩을 부담한다. 자녀 교육은 부모의 의무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지만 지나치면 노후(老後)를 옥죄는 덫이 될 수 있다.

에듀푸어들은 소득이 일반 가구(월평균 433만 원)보다 훨씬 적은 313만 원에 불과했으나 교육비 지출은 평균 81만 원으로 일반 가구(58만 원)보다 많았다. 가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녀교육에 다걸기를 하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까지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중산층의 붕괴를 가속화한다. 에듀푸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녀를 유학 보냈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정도 주위에 흔하다. 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고 출세가 보장되는 시대도 아니다. 오히려 외국 사고방식에 물든 자녀가 힘들게 유학비용을 대준 부모를 외면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금융자산이 거의 없고 노후에 집 한 채만 달랑 갖게 되는 것은 자녀교육과 결혼에 대한 지출이 너무 큰 탓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논밭을 팔아 자식을 가르치면 성공한 자녀가 전체 가족을 부양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고학력이 반드시 좋은 일자리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직장을 잡고 나서 제 살기 바쁜 자녀들에게 부모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이 효자보다 낫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노후의 빈곤이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부모의 나이가 90세라면 자식은 60세다. 자식도 부양받아야 할 시기에 90세 부모를 부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는 인생 설계를 하는 것이 자녀에게 존중받는 길이다.

사교육비에 거품은 없는지 냉철하게 따져보고 시류에 휩쓸려 교육비를 과다 지출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값비싼 학원에 다니는 학생보다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훨씬 나은 학업성과를 올린다. 정부는 사교육비 억제를 위한 확실한 대안인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중산층#에듀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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