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기동부연합만 잘라내면 ‘건전 진보세력’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어제 새벽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통진당에 요구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이 이행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통진당에 당비를 내고 투표권이 있는 진성 당원 7만5000명의 46%가 민노총 조합원이다. 통진당의 최대 주주인 민노총의 이탈로 통진당은 어떤 식이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이 무산되자 통진당 해산 후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신(新)당권파와, 현재의 당 체제를 지키려는 구(舊)당권파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당 해산이 안 이뤄지면 유시민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참여계의 선도(先導) 탈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신당권파와 손을 잡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진당 지지 철회 결정을 통해 신당권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구당권파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속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 주축이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세였던 이석기 의원은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비판의 표적이 됐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이 의원의 등장으로 경기동부연합의 종북 주사파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동부연합만 도려낸다고 해서 통진당과 민노총이 ‘건전 진보’가 되리라는 시각은 너무 안이하다.

아직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왕재산 간첩단 사건의 인천지역 책임자 임모 씨는 인천연합 소속이었다. 통진당 안팎에선 인천연합 출신들이 경기동부연합 출신보다 간첩단 사건에 더 많이 연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연합은 강기갑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운 신당권파의 주축이다. 과연 인천연합이 경기동부연합의 종북 주사파 그룹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통진당 사태는 인천연합과 경기동부연합이 진보의 재구성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차기 당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인 패권투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노총은 지난 주말 주최한 통일 골든벨 행사에서 종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민노총이 경기동부연합 중심의 통진당 구당권파와 결별한다고 해서 건전 진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당권파와 민노총이 본질적으로 바뀌어야만 대중정당과 노동단체로 살아남을 수 있다.
#경기동부연합#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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