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소영]변동환율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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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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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정책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한 소식이 들린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언제 정책 당국이 시장 개입을 할지 촉각을 세운다.

시장 개입 뒤에는 정책 당국이 막대한 달러를 풀어서 환율에 영향을 주었다는 등의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빈번한 외환시장 개입 소식은 어떻게 보면 이상하다. 한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자유 변동 환율 제도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자유 변동 환율 제도란 정책 당국이 외환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제도다. 과연 한국은 실제로 자유 변동 환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답을 하기보다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기예르모 칼보 교수와 카먼 라인하트 교수의 연구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두 교수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정책 당국이 공표하고 있는 환율 제도하에서 기대되는 환율 관리 수준에 비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환율 관리와 외환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자유 변동 환율 제도를 공표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실제로는 상당한 정도의 환율 관리와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변동 환율에 대한 두려움(Fear of Floating)’이라 부른다.

외환위기 초래할 수도 있어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예를 들어 고정 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가 외환위기로 고정 환율 제도가 붕괴되거나, 다른 국가들로부터 통상과 관련된 환율 자유화 압력을 받는 등) 보다 자유로운 변동 환율 제도를 채택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변동 환율 채택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율 관리를 지속한다. 정책 당국은 무역수지, 인플레이션 압력 등 다양한 이유로 변동 환율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설명이다. 환율이 절상되는 경우 무역수지 악화로 인한 경기 둔화와 성장률 감소를 걱정한다. 환율이 절하되는 경우에도 수입 물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국제 거래 가격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일이며, 이는 국제 무역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예를 보면 더욱 두려운 것은 환율 변동성의 확대가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정책 당국이 환율 관리를 통해 환율 변동성 증가가 외환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외환위기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나 투자자 패닉 현상 등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적절한 시장 개입을 통해 이런 현상이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하고 환율을 안정시켜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 공헌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것은 환율은 궁극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되고, 환율 관리를 통해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환율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화폐 발행을 통해 메우려 하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환율이 절하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정책 당국이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경제의 경우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환율이 절상될 가능성이 크고, 환율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율을 절하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상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환율 관리가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 됐던 사례는 상당히 많다.

사실 자유 변동 환율 제도를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환율 관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충분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변화 속도를 감소시켜 경제 주체에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쏠림 현상, 투자자 패닉 현상 등을 사전에 약화시켜 외환위기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환율관리는 여전히 양날의 칼


하지만 환율 관리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장기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그동안 외환보유액 축적,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의 금융위기,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급속도로 진행해 왔다.

이제 그런 노력들의 지속과 더불어 환율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 및 장기적인 적정성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추어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동아광장#김소영#환율#환율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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