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한]백두산 화산 南北공동연구 서두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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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명예교수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명예교수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숨쉬는 영산(靈山) 중의 영산으로, 단군 신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도 묘향산, 금강산, 구월산, 지리산과 함께 백두산을 5대 명산으로 칭송한다. 천지를 반쪽씩 공유하면서 우리의 백두산은 창바이(長白) 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백두산은 1903년 분출을 마지막으로 현재 쉬고 있는 휴화산이다. 지질학적으로 백두산의 화산활동은 신생대 제3기의 올리고세(2800만 년 전)에 시작돼 제4기의 플라이스토세(9만 년 전)까지 10차례 이상 대량의 현무암질 용암을 분출해 주변에 광활한 용암대지가 이뤄졌다. 10세기 대폭발로 최고봉인 병사봉(2749m)을 포함한 오늘날의 백두산 지형이 만들어졌다. 화산 중심에 거대한 칼데라 호인 천지가 만들어져 화산 지형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백두산 화산은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과 함께 금세기에 가장 큰 화산으로, 대폭발 당시 화산재가 25km 상공 성층권까지 치솟았고, 염소 불소 황 같은 유독성 가스도 대량 분출됐다. 백두산 화산활동이 재개된다면 주변국에 큰 재앙을 줄 수 있다.

백두산 천지 주변에는 장암온천, 백두온천, 백암온천 등 섭씨 80도 이상의 뜨거운 온천수가 여러 곳에서 솟구치고 있다. 백두산 지하에서 뜨거운 마그마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화산성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와 화산 재폭발 가능성을 중국은 경계하고 있다. 도호쿠대의 다니구치 히로미쓰 교수와 같은 일본 화산 전문가들도 활발한 연구를 통해 백두산 재분화 우려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산의 주인인 우리는 백두산 화산에 대한 연구와 정보 부족으로 아무런 반응과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1년 두 차례 열린 백두산 화산활동 연구를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회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성과 없이 안타깝게 중단됐다.

한중 수교 이전 1990년 2월 중국 옌지를 통해 백두산 천지를 처음 답사한 뒤 수차례 연차적으로 백두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백두산 주변 환경이 놀랍게 정비되고 편리한 관광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우선 관광 인파에 놀랐는데, 산 밑에서 천지까지 관광객을 수송하는 100여 대의 승합차 행렬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안내에서 자주 들리는 ‘창바이 산’이란 표현이 우려스러웠다. 백두산이 언젠가 창바이 산으로만 불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마저 생겨났다. 더욱이 중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이미 2009년 8월에 백두산을 ‘국가지정 창바이 산 화산 지질공원’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창바이 산 자연박물관 개관 및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 공사가 한창이다.

백두산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신령한 백두산은 남과 북 구별 없이 함께 연구하고 관리하고 감시해야 한다. 지금도 백두산 땅 속 깊은 곳의 마그마 활동은 한민족의 뜨거운 심장처럼 쉬지 않고 끓고 있다. 한민족과 명운을 같이하는 신비한 백두산의 고유 명칭과 명성은 길이길이 보존해야 한다. 화산 재앙을 막기 위한 과학적인 백두산 화산 감시시스템 구축과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남북공동연구를 촉구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도 반드시 백두산이란 이름으로 등록돼야 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명예교수
#백두산#화산#남북#공동연구#한중 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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