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무성]고리 원전 1호기,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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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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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얼마나 안전해야 충분히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원자력 분야의 오래된 화두다. 모든 물건은 에너지로 만든다. 그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탄광에서만 해마다 4000여 명이 사망한다. 자동차, 기차 등의 교통사고로도 해마다 100만 명 이상 사망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16km 반경 이내 원전사고의 위험성이 자동차사고, 등반추락사고, 화재사고 등 각종 사고로 발생하는 사망 위험의 1000분의 1(0.1%)에 해당하는 값보다 적어야 한다는 안전 목표치를 원전 건설과 운영 허가를 위한 의사결정의 주요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원전을 포함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에 100% 절대 안전은 없다. ‘고리 1호기를 포함한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안전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우리 원전도 0.1% 안전 목표치 범위 안에서 겹겹의 안전장치로 그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원전이 오래됐다는 것 자체가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리 1호기보다 7년 앞선 1971년 3월에 운전을 시작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핵심은 위치의 문제였다. 일본과 지각판도 다르고 지리적 차이가 있는 우리나라 원전은 이 사고를 반면교사로 2015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지진과 해일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리 원전의 안전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로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현재 30년 이상 가동 중인 원전은 174기(39.4%)이며, 59기의 원전이 수명 연장 후 계속 운영하고 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가압경수로 원전인데, 1974년 운전을 시작한 키와니 원전, 1970년의 포인트비치 원전, 1969년의 지나 원전 등이 고리 1호기와 유사한 미국의 동일 노형이다. 이 원전들도 각각 38년, 42년, 43년째 수명을 연장해 운전 중이다.

고리 1호기는 2월 정기점검 과정에서 외부 전력 공급 시 바로 작동해야 할 비상 디젤발전기가 고장 나 12분 동안 정전됐다. 다행히 두 개 외부선로 중 한 선로가 곧 복구돼 사고로 진행되기 전에 상황이 종료됐다. 외부선로가 복구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외부선로가 준비될 수 있었고 또 하나의 추가 안전장치인 대체교류발전기가 사용됐을 테지만, 문제가 된 것은 사업자가 이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에 대한 국민의 염려는 원전 자체의 기계적 결함보다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서 비롯됐다. 원전 운영 사업자인 한수원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사업자와 정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고리 원전#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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