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日의 숨 가쁜 우주 경쟁, 한국 갈 길 바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미국이 1977년 발사한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178억 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통과했고 2016년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속 17km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40년 가까이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니 놀랍다. 미국은 1969년 달에 유인(有人) 우주선을 착륙시킨 이래 우주를 이웃집 드나들 듯했다. 2030년에는 화성에서 유인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투자 규모와 기술력에서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 일본도 야심 찬 우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의 네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9호는 이달 18일 자국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1호와 도킹했다. 유인 우주 도킹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세 번째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는 다른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2020년부터 운용하고 2025년에는 달에 유인 탐사선도 보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은 다음 달 발사하는 우주 보급선 고노토리 3호에 초소형 위성 5기를 실어 우주정거장으로 보낸 후 로봇 팔로 궤도에 진입시킨다. 위성을 지구에서 발사하지 않고 우주정거장을 이용해 띄우는 첫 번째 시도다. 나노 기술을 활용해 위성의 부품을 초소형화함으로써 위성 제작비용을 크게 줄이고 발사 비용까지 절감해 위성 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는 국력을 건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우주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중국과 일본의 숨 가쁜 우주과학 경쟁도 우주 기술은 물론이고 항공 전자 기상 의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관련 산업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우주 기술은 국력 과시나 국민 단결의 상징물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산업을 키우는 실체다. 한반도와 긴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있는 우주 강국들이 하늘에서 한반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현실도 안보 차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

한국은 고해상도의 아리랑 3호 위성을 독자 기술로 제작했지만 우주 기술의 자립을 의미하는 우주발사체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아리랑 3호는 일본에서 일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자체 발사체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 대기업들의 기술 및 투자 협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선진국 정상들에게 기술 이전을 설득하는 우주 외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 강국을 따라잡겠다고 과욕을 부릴 필요는 없겠지만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미래 산업역량의 지표가 될 우주발사체 개발에는 국가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이 따라야 한다.
#사설#우주전쟁#우주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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