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철훈]한국 원전 세계무대 진출위해 방사능 누출위험 과장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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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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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철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교수
함철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교수
해는 동쪽에서 뜨는가? 과학적 관점에서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해는 매일 동쪽에서 뜨는 것 같지만 지구가 한 바퀴 돌아 우리들이 해를 다시 보는 것에 불과할 뿐 실제로 해가 동쪽에서 뜨는 일은 없다. 이것이 바로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의 요체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이 객관적 진실에 어긋남에도 주관적 판단을 진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작년 6월 명동성당에서 일본의 모리즈미 다카시(森住卓) 다큐 사진작가의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 제목은 ‘핵 재앙으로 침몰되는 지구’였고, 부제는 ‘후쿠시마에서 한국까지 죽음의 핵을 말한다’였다. 강연 내용은 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 열강들의 원폭·수폭 실험 현장 주변의 방사능 오염 상황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해 참상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된 파괴적 핵폭발의 위력을 평화적 목적의 원전과 동일시함으로써 원전 폐지의 논거를 이끌어냈다. 그의 견해는 논리적 비약이 뒤따른 허황된 것이지만 대다수 청중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런 견해의 아류라고 할 수 있는 주장이 5월 21일 발표된 한국환경운동연합의 ‘한국 영광, 고리 핵발전소 사고 피해 모의실험’에 관한 보고서다. 이제까지 원자력에 대한 환경론적 시각은 검증되지 않은 일종의 가설이 주류를 이뤄왔다.

이 보고서는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해 체르노빌 원전 수준의 방사능이 방출되고 원전 주변 부산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을 경우 최대 85만 명이 암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공상과학소설과 같은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적 가설은 자료들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유추하는 예측 이론이지 자의적으로 꾸며내는 억측이 아니다. 고리 원전이나 영광 원전은 대도시를 배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안전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운동연합의 경고는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원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원자력의 견시관(見視觀), 즉 모두 보는 것이지만 보는 차원은 다르다. 위에서 소개한 모리즈미 다카시는 사진작가의 견해로 원자력을 본(見) 것이고,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론적 시각에서 원자력을 본(視) 것일 뿐 통찰력을 가지고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피며 본(觀) 것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한국형 원전기술의 자립을 주도한 한필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일찍이 “우리는 평화적 원전기술에 민감한 군사기술을 묻어 놓아야 한다”고 절규한 바 있다. 이런 절규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원자력관(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원전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한국 원자력의 세계적 전개를 위해 원전 반대파를 포함한 모든 계층의 화합을 이루어 내길 기원한다.

함철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교수
#기고#함창훈#원자력발전#원자력발전 누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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