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정치쇼라도 ‘무노동 무임금’ 동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 것에 책임을 지고 소속 국회의원들의 6월 세비(歲費)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국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세비반납 쇼” “1% 특권정당다운 태도” “런던 올림픽까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국민적 심판의 장인 국회를 열지 않고 끌고 가려는 저열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반응이다.

한국은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951년 한 사설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다리는 건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걸 바라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그랬던 한국이 지금은 경제력이나 민주주의 수준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정치는 어떤가. ‘폭력 국회’ ‘불임 국회’라고 비판받는 국회는 아직도 제때 개원조차 못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대’ ‘65년’이라는 연륜이 부끄럽다.

총선이 끝나면 새로 구성된 국회는 자동으로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다. 선진국 의회들은 다 그렇게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자동으로 돌아가기는커녕 개원과 원(院) 구성 시한을 명시한 법까지 무시한 채 놀고 있다. 이 때문에 시급한 민생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늦어져 대법원 재판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의원들이야 놀고먹으니 좋을지 몰라도 국민이 겪는 피해는 막심하다.

일각에서는 정치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것이 수구(守舊)다. 정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의원들도 일을 하지 않으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무노동 무임금의 실질적 고통을 겪어봐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은 국회를 함부로 파행시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국회가 문조차 못 여는 것은 개원과 원 구성 협상을 무리하게 연계시킨 민주당 탓이 크다. 민주당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정치쇼라도 좋으니 세비 반납에 동참하기 바란다. 일은 안 해도 되고 세비는 놓치기 아까운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실천 수준은 형편없이 낮다. 가족이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위장해 세금을 빼먹거나, 다른 직업을 겸직해 이중으로 수입을 올리는 얌체 의원도 많다. 인구에 비해 300명이라는 국회의원 수 자체가 많다. 의원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은 본격적인 국회 개혁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사설#국회개편#새누리당#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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