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비 언론의 기업 협박, ‘네이버’ ‘다음’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비 언론이 기업의 약점을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인터넷에 기사를 올린 뒤 돈을 받고 빼주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표적인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언론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제휴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이비 언론이 기생하는 토양을 만들어줬다. 두세 명이 꾸려가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라도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포털에 올라가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클릭 수 늘리기에 급급한 포털이 숙주(宿主) 노릇을 하면서 사이비 언론을 ‘전국구 조폭 언론’으로 키워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한국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 매체는 3300여 개로 1년 전보다 700여 개, 3년 전보다 1700여 개나 늘었다. 인터넷신문은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혼자서 ‘1인 다(多)역’을 하는 ‘1인 인터넷신문’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네이버와 제휴한 매체는 약 270개, 다음과 제휴한 매체는 약 600개에 이른다. 포털은 “우리는 뉴스 유통업자일 뿐이며 개별 기사에 대한 책임은 각 인터넷 매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다. 불량 식품을 파는 업소 주인이 우리는 유통업자일 뿐이며 개별 상품에 대한 책임은 각 생산업체가 져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기술력을 가진 검색 서비스는 뉴스 원저작자의 기사를 먼저 올려주고 베낀 기사는 검색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기사의 저작권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기사의 원작자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없다. 이 때문에 신문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 수를 올리는 인터넷 매체들이 번성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쫓아내는 뉴스 시장을 양대 포털이 조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에 이어 이달 14일 다음과 사이비 언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협회는 지난해 5월 자체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근거로 5개 인터넷 언론사를 ‘나쁜 언론’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협회는 올해에도 25개 매체의 기사를 분석하고 있다. 사이비 언론은 지난해 ‘나쁜 언론’으로 지목을 받고서도 기업들에 ‘함부로 우리를 거론하지 말라’고 되레 협박한다. 사이비 언론에 피해를 본 기업들은 신고를 기피하거나 검찰의 피해자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허접쓰레기 같은 사이비 언론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사이비 언론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사설#언론#사이비언론#네이버#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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