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하태원]하와이가 미래를 고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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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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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논설위원
하태원 논설위원
지상낙원처럼 보이는 미국 하와이는 남모를 고민이 많았다. 세계의 관광객을 설레게 하는 절경의 그늘에서 버스정류장과 공원을 점령한 노숙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기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상점이 즐비하고 미국에서 제일 비싼 석유값은 하와이언의 고통거리다. 갤런당 미국 평균 유가는 3.6달러지만 하와이는 그보다 1달러가량 비싸다. 하와이의 마우이 섬에는 갤런당 6달러가 넘는 주유소가 있다. 에너지의 미래를 연구하는 하와이주립대 프레드 더너비어 교수는 “식품류의 80%를 미국 본토에서 수입하고 석유 등 에너지원의 95%를 공수 받아야 하는 탓에 하와이의 물가는 살인적”이라고 말했다.

하와이가 국가는 아니지만 부존자원이 적고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놓인 고립무원의 섬 하와이처럼 한국도 남북분단이란 정치적 이유로 사실상 섬이 됐다. 태초에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게 했다는 뱀이지만 육지와 너무도 먼 하와이에는 끝내 상륙하지 못했다.

마지막 여왕 릴리우오칼라니가 왕권을 잃어버린 뒤 1898년 미국에 병합되면서 50번째 주가 됐지만 하와이 원주민은 가슴 저린 수탈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의식 있는’ 하와이 원주민들은 여전히 백인들에게서 하와이 왕국을 찾으려는 꿈을 꾸고 있다. 영어가 아닌 하와이어로 대화하는 이들은 백인들을 경멸적으로 ‘하울리(haole)’라고 부른다. 아시아인이 40%로 다수고 백인이 23% 소수로 종종 ‘차별’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곳이 바로 하와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각오에서 하와이는 일찍부터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 1972년 하와이주립대에 미래학센터를 연 뒤 40년간 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짐 데이터 교수가 있다. 그가 배출한 1000여 명의 미래학자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학계와 실무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미래연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5월 하와이대에서 3주 과정으로 진행된 미래학 워크숍에서 데이터 교수는 “미래는 단선적이고 결정적인 하나의 운명이 아니다. 고로 미래의 모습을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고 두렵다면 선호하는 미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한 이미지로 그려본 뒤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에서 변화를 가져왔던 ‘결정적 요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도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시대 이후의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비교적 일찍 고민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녹색성장이 향후 10년간 세계의 경제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인정했다. 2008년 한국도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포했다. 제주도에선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했다.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분야다.

한국의 미래비전에는 국가안보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급부상하는 중국과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을 선언한 미국의 각축전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사실상 3차 핵실험이 예고된 가운데 6자회담은 뇌사 상태고 남북 간 대화채널은 ‘불능화’된 지 오래다. 대선주자들은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호놀룰루에서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오늘과 내일#하태원#하와이#국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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