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희균]원더풀, 스고이 그리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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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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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여)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의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순간 욱하는 마음이 치밀었다. 1학년 때에 비해 수학 과학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주말에도 수학학원을 다니겠다고 하더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래도 화를 꾹꾹 눌렀다. 결과를 두고 비판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하는 방법이 교육적이라는 이론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론이 언제나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 애써 웃음을 띠고 “네가 열심히 노력했으면 잘한 거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단다”라고 말하자 아들은 “안 그래도 시험 망쳐 속상한데 엄마까지 왜 그래요? 차라리 야단을 치세요”라고 툴툴거렸다. 김 씨가 당황해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니. 엄마는 널 칭찬하려고 그런 거야”라고 급수습하려 했지만 아들은 “그건 고래가 멍청하니까 그렇죠. 제 IQ가 고래 수준은 아니잖아요”라며 더 토라져버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10년 전 국내에서 출간됐지만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책 덕분일까, 칭찬이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는 점을 알고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적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약아서인지,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어른의 어설픈 칭찬에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셈법이 복잡하고, 배려를 가장한 가식도 있기 마련이어서 그런지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사에게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면 ‘나한테 뭘 더 시키려고 저러시나?’라는 생각에 긴장된다는 신입사원을 봤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혼자 칭찬을 받으면 나중에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까 두렵다는 이도 봤다.

최근 만난 지인에게 칭찬에 대한 한 수 높은 ‘지혜’를 배웠다. 그는 어릴 때부터 좀처럼 재미있거나 좋아하는 일이 없어서 사는 게 고해(苦海)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딸이 자신의 냉소적인 태도를 닮아 가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작은 일에 감탄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저녁 밥상의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와∼ 맛있다”고 감탄했다. 딸과 발을 씻으면서는 “와∼ 개운하다”고 감탄했다. 매사에 감탄을 반복하다 보니 정말 삶이 즐거워졌다. 딸도 금세 이런 태도를 따라 했다고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씨도 감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감탄이라고 했다. 인간이 문명을 이뤄 온 비결도 감탄에 있다고 했다.

육아 전문가들은 신생아가 갓 태어난 동물의 새끼에 비해 신체능력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고등동물로 성장하는 배경을 감탄에서 찾기도 한다. 부모가 사소한 몸짓이나 옹알이에도 절로 감탄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아기의 뇌가 계속 발달한다는 논리다.

칭찬과 감탄 모두 다른 이에게 기쁨을 준다. 둘의 차이라면 칭찬은 상대방이 특정돼 있고 머리에서 계산된 행동이라는 점, 감탄은 상대방이 없을 수도 있고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라는 점 정도일 게다.

스스로를 위해, 또 주변 사람을 위해 감탄을 좀 더 자주 하면 어떨까. 무턱대고 자녀를 칭찬해서 역효과를 내기보다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공감하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원더풀(wonderful)이나 스고이(すごい)를 연발하는 외국인을 보자. 한국인은 감탄에 인색한 게 사실이다. 당장 월요일인 오늘부터 일부러라도 감탄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훨씬 행복한 일주일이 될 테니.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감탄#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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