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정부 ‘김영환 석방’ 적극 협력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김영환 씨를 포함한 한국인 4명을 구금하고 있는 중국의 행태를 보면 올해가 한중 수교 20주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중국은 올해 3월 29일 김 씨 일행을 체포해 49일째 억류하고 있으나 아직도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단 한 차례 한국 외교관이 김 씨를 만나도록 허용했을 뿐 다른 3명의 외교관 접견은 거부했다. 외교관의 자국민 보호를 보장한 빈 협약에 위배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다.

중국은 최근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의 미국대사관 피신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벌여 천 씨를 대사관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최종적으로 그의 미국 유학을 허용했다. 중국은 미국에는 쉽게 양보하면서 20년 수교국인 한국은 섭섭하게 대한다.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에 합당한 문명국가가 되려면 외국인의 인권과 관련한 후진적인 관행을 버려야 한다.

김 씨는 ‘강철서신’으로 널리 알려진 김일성 주체사상 전도사에서 북한 민주화운동 투사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몰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면담했지만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보고 실망해 전향했다. 북한은 김 씨를 ‘변절자’로 낙인찍었다. 이번 김 씨의 체포와 장기 구금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이 김 씨 일행에게 적용한 국가안전위해죄는 무장폭동, 국가비밀 누설, 국가분열 선동 등 중국 체제에 위협이 되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를 지원하던 한국인이 ‘타인 밀출입국방조죄’로 중국 정부에 체포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가안전위해죄가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죄의 최고형은 사형이다. 사안이 심각한 만큼 중국은 한국인 4명의 처리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김 씨가 체포된 사실을 확인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속수무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13일과 14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차례로 만나는 기회가 있었지만 청와대도, 외교통상부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국민 보호는 정부의 기본적 의무다. 정부는 중국과 신속한 외교 교섭에 나서야 한다. 김 씨가 비록 중국 국내법을 어겼다고 해도 중국의 안전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맺고 있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김영환#북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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