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택수]구조받을 권리와 사생활 보호 사이

  • Array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살려주세요.” “거기 위치가 어딥니까?” 11월부터는 112 신고전화에서 이와 같이 경찰이 위치를 물어보는 대화는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최근 112 위치추적 개정법안(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의 위치조회 권한의 허락을 미뤄오던 국회가 최근 수원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민심을 고려해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과거에 소방서나 해양경찰에만 허용됐던 자동 위치추적 권한이 이제는 수사기관인 경찰에도 주어지게 됐다.

위급한 범죄현장서 신속한 도움 기대

이를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생명이 달린 위급한 범죄 현장에서 경찰의 신속한 구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사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살 권리를 국가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크고 작은 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연일 보도되고 있을 때,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은 크다. 그런데 약자가 강력 범죄에 노출돼 있을 때 그가 조치할 수 있는 건 도움을 청하는 일뿐일 것이다. 이때 휴대전화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대의 방어무기로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112에 신고할 때 경찰은 당사자의 별도의 동의 없이 자동으로 위치조회를 하고 약자 보호조치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피해 당사자에게 휴대전화가 없거나, 있어도 위치추적을 빨리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따라서 국민은 구조받을 권리를 갖고 국가는 범죄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신고 시 자동적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찍이 마련해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가 파악될 수 있는 휴대전화의 종류가 제한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기술적 제한점이 안전을 보호받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라고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오히려 이런 기술적 제한이 한편으로는 사생활 보호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즉, 기기의 기술적 측면이 국민의 안전 보호의 권리를 보장하되, 한편으로는 사생활 보호를 더 우선시하는 국민에겐 선택의 권리 또한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는 이런 기기의 기술적 측면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충분하게 알려줘야 하고, 선택은 국민이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치추적법안과 관련하여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 수사기관으로서 정보수집에 탁월한 경찰이 수집한 개인 위치정보를 함부로 조회하는 등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찰의 위치조회의 오남용으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피해가 예상될 수 있다. 그리고 경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경우에도 배우자, 연인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개인적, 상업적 목적으로 허위, 장난 전화 등 오남용의 가능성도 있다.

위치조회 오남용 피해 없도록 해야

그렇기 때문에 위치추적 시 조회 기록을 신고자 개인에게 통보해 주고, 경찰의 위치추적 권한을 검찰, 법원 등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이 통제하게 해 위치조회 사전·사후에 승인을 받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련 상부기관에 개인 위치조회 기록을 정규적으로 보고하게끔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허위 신고나 장난 신고로 경찰인력과 장비의 낭비가 발생하면 허위, 장난 신고자에게 그 책임과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개인적 오남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위치추적법 시행을 둘러싸고 구조받을 권리와 사생활 보호 권리를 누리느냐는 정부의 올바른 시행과 시민의 책임 있는 이용에 달려 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경찰 구조#사생활 보호#GPS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