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유종]자신들만 절대善? 안하무인 당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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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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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정치부
이유종 정치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권을 준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부정선거’라고 발표하자 “부풀리기식 결론”이라며 반발했다. 3월 말 서울 관악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발생하자 끝까지 버텼다. 여론에 떠밀려 물러난 뒤엔 당권파 후보를 다시 공천했다. 이 대표는 대체 무엇을 책임지겠다는 것일까.

민주노동당 출신 한 인사는 당권파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이들의 과거 활동에서 그 기원을 찾았다. 그는 “당권파 대부분은 운동권 출신으로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1970, 80년대에는 실정법을 어기면서 민주화 운동을 했다. 탈법이 오히려 저항의 수단이기도 했다”며 “문제는 아직도 이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장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구조를 식민지나 독재체제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불법행위나 상식 밖의 행동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게 당권파의 시각이다. 그러니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5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는 조사위의 사소한 실책을 찾아내 역으로 ‘부실조사’로 몰아세웠다. 논리도 황당하다. “온라인투표 시스템을 못 믿는 것은 극단적인 자기 부정이다”라고 주장하거나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진보정당을 못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진보진영 안팎에서는 “당권파가 ‘선거부정’의 본질을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갈등’으로 포장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피의자와 피해자의 구별이 사라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공안탄압의 피해자’라고 포장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한 비당권파 인사는 “버티다가 막바지에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인해전술로 해결하려는 술책”이라고 말했다.

올해 13석을 확보한 통진당은 선거 보조금으로만 21억여 원을 받았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혈세를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 만큼 활동 명세를 모두 공개하고 그 절차와 과정도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법기관’인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권파는 선거 뒤 마땅히 공개해야 할 시군구별 후보 득표현황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출 과정부터 부정선거 시비가 붙은 국회의원은 의정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통진당은 더 이상 운동권 지하단체가 아니다. 이미 제도 정치권에 들어온 정당이란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유종 정치부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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