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형준]대선 승리의 4대 법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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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제 국민의 눈은 12월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다. 관심의 초점은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이다. 전자가 대통령의 자질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선거의 법칙과 연관이 있다. 통찰력, 비전, 도덕성, 국가 경영 능력, 서민성, 개혁성 등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문제는 대통령 후보가 아무리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어도 당선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 후보의 자질보다 다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새로움 보여주는 연대세력 승리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승리를 부르는 몇 가지 입증된 법칙이 있다. 첫째, 낡음과 새로움을 축으로 하는 구도(構圖)의 법칙이다. 우리 국민은 대세론에 안주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을 멀리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력을 지지한다. 간단히 말해 새롭게 보이는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2002년 1월 민주당은 ‘국민참여 경선제’라는 새로운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을 채택했다. 지구당에서 선출된 대의원들로만 구성된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당원(50%)과 국민(50%)을 혼합해 16개 시도를 순회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당시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런 경선 방식에 대해 “정당정치를 훼손하고 돈이 많이 드는 나쁜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당내 비주류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여당(민주당)과 같은 경선 방식을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거부당하자 탈당했다. 박 부총재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1인 지배체제 극복이 정당개혁의 기본인데, 한나라당은 후보 뽑는 모양만 다르게 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하튼 박 부총재의 경선 개혁안을 거부했던 이 총재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세력으로 몰려 ‘낡은 정치 청산’을 내건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비박근혜계 대선 주자들이 제시한 ‘완전 국민참여 경선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이 변화 거부 세력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10년 전 자신이 제왕적(帝王的) 총재에게 무슨 말을 했고, 무엇을 요구했는지 반추하면 된다.

둘째, 연대(連帶)의 법칙이다. 한국 대선에서는 정체성 이념 가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정치실험을 한 세력이 승리했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가 이를 입증해준다. 올해 12월 대선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실험을 해서 연대에 성공한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범야권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3자 간에 ‘공동정부론’을 전제로 후보 단일화 게임을 할지 모른다. 그 근거로 민주당 문재인 고문이 “2012년은 정권 교체보다 공동정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혀온 점을 들 수 있다.

未來 지향으로 中道 선점해야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어떤 정치실험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대선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정치실험이 있다면 그것은 ‘영남(박정희)과 호남(김대중)의 연대’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이런 연대를 성사시킨다면 범야권의 공동정부론에 맞먹는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시대정신의 법칙이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회창 후보는 “시대정신에 졌다”고 밝혔다. 당시 이 후보는 선거의 주요 개념으로 ‘부패한 김대중 정부 심판론’을 제시한 반면, 노무현 후보는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민층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시대정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항해 가야 한다는 상식조차 없었던 한나라당의 패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넷째, 중도(中道) 선점의 법칙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보수가 강화돼서가 아니라 중도가 보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번 4·11총선 결과 ‘진보와 보수 사이의 균등화’가 이뤄졌다. 비례대표 정당득표에서 범진보와 범보수의 득표율이 48.5% 대 48.2%로 거의 비슷했다. 따라서 12월 대선에서는 누가 ‘중도 프렌들리’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이념적인 경직성으로 인해 지나치게 좌클릭하고 있는 야권연대가 ‘중도의 보수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선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어떤 대세론도, 어떤 대망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어느 세력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놀랄 만한 정치실험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고 진정성 있게 중도를 껴안을 수 있는가가 대선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db827@naver.com
#새누리당#총선#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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