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녕]박근혜와 안철수가 競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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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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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이진녕 논설위원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선거에 뛰어드는 것을 전제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안철수는 과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12월 대선 본선이 아닌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에서 만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안철수는 그동안 기존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자신이 대선 도전에 나선다면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제3의 세력은 2007년 문국현, 2002년 정몽준, 1997년 이인제의 예에서 보듯 실패할 위험이 크다. 인물의 우열을 떠나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제3의 세력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리 정치사에서 급조된 제3의 세력이 어떤 선거에서든 제대로 성과를 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안철수로서도 이 점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기존 정치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그 대상은 야권일 것이고, 그중에서도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에 대한 상대적인 호감 표시로 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그때의 민주당과 같지 않다. 작년 12월 새 정강정책 채택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특히 이념적 좌클릭이 심해졌다. 안철수로서는 자신이 지향하는 이념과 삶의 궤적, 그동안의 숱한 언행이 과연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야권연대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재벌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하는 극단적 좌파정당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아예 폐기를 주장한다.

두 정당은 4·11총선 때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 약속’이라는 정책연대를 맺었다. 통진당 중심의 진보좌파 세력은 올해는 민주당을 숙주로 정권을 잡고, 2017년엔 자신들만의 정권을 창출한다는 2단계 집권 전략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손을 잡으려면 이제 통진당까지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에 새누리당도 이전의 한나라당과는 달라졌다. 정강정책이 변했고 인적 구성도 바뀌었다. 요컨대 이명박당에서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했다.

새누리당으로의 변신 이후 안철수는 직접 새누리당을 거명해 비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총선 때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정치를 안 하는 사람’ ‘과거보다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말해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두둔한다는 오해도 샀다. 그는 한때 박근혜에게 호감을 보인 적도 있다고 한 지인은 전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안철수가 새누리당과 손잡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총선 승리로 굳어진 박근혜 독주 체제가 지속되고 당심(黨心)이 크게 작용할 대선 경선룰이 바뀌지 않는 한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박근혜와 친박(친박근혜) 세력으로서는 안철수와 손을 잡지 않은들 아쉬울 게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관전자의 처지에서 보면 다르다. 박근혜와 안철수가 경선에서 겨루는 드라마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설사 실제 성사되지 않더라도 새누리당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곧 새누리당의 대선 경쟁력을 높이고 경선 흥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오늘과 내일#이진녕#대선#안철수#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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