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해성]‘제노포비아’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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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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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최근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피살사건과 서울 영등포 직업소개소 사장 살인사건 등이 터지면서 이들과 무관한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인신공격성 비난이 쏟아지는 등 우리 사회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우려할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140만 명 시대에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내재됐던 편견과 불만들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격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 씨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그의 비례대표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매매혼이 늘어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 등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했다.

이 시점에서 외국인의 범죄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범죄행위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매도하고 증오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서 제노포비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제노포비아가 판을 치면 노르웨이 총기 난사 같은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고, 그 모든 피해와 책임은 우리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범죄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범죄가 급증하고 흉포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자제해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10만 명당 강·폭력범죄 발생은 676건인 반면 외국인은 120명이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 범죄발생률이 크게 낮다. 물론 몇 년 전보다 외국인이 늘어 범죄 건수도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저지르는 범죄보다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저지르는 범죄가 훨씬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외국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이 땅에 와서 살고 있는 140만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선택이어야 한다. 우리는 첫 단추를 끼우는 시점에 서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 남은 단추가 잘 끼워지겠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끼우는 만큼 다 잘못되는 것이다.

이제 진중하게 외국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는 사회안전망을 외국인에게도 가동하는 일이다. 우리는 한국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하고 방치해 왔다. 옛말에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병이 들거나 일자리가 없이 돈이 떨어지면 어찌해야 하는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둘째는 외국인들의 피해 구조를 강화하는 일이다. 이번 영등포 살인사건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 사기와 폭행 등을 당했을 때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고 인권도 보장해야 한다. 셋째는 외국인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미등록 체류 외국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신고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겠지만 신고자도 미등록 체류자로 체포돼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다. 불법체류자를 발견한 공무원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지체 없이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출입국관리법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은 마땅히 개정해야 하지만 당장 피해 외국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통보하는 ‘선(先)조치, 후(後)통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와 복지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우리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백인과 흑인의 피부색에 대한 차별의식과 저개발 국가에서 돈 벌러 왔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근성부터 버려야 한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요, 인권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시론#김해성#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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