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자살 부른 학교폭력, 교사의 예방 역할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급우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대구 중학생이 자살한 지 4개월 만이고 정부가 2월 6일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70일 만의 일이다. 학교폭력을 뿌리 뽑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자살한 이모 군의 유서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 군을 때리고 끌어안고 뽀뽀하며 성적(性的)으로 수치심을 주었고 음성서클 가입을 종용했다. 대구 중학생에게 가해진 가공할 폭력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의 괴롭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받는 모욕감과 심적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일상화한 작은 괴롭힘이 우울증 증세를 드러낸 피해자에게는 크나큰 고통이었다. 이것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해학생들은 “친구끼리 장난으로 한 짓이다.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소한 괴롭힘이 상대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 군은 경찰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에도 참여했고 지난해 정서행동발달검사에서도 자살 고(高)위험군으로 분류돼 별도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이 군은 유서에서 “내가 죽으려는 이유는 학교폭력 때문”이라고 밝혀 폭력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이 위험징후를 포착했으면서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변의 관심과 세심한 사후조치가 부족했음을 절감하게 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2011 전국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 가운데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31.7%나 됐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폭력은 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학생들에게도 교육과 심리상담을 통해 자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가르쳐줘야 한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고 올해 폭력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내용 등의 학교폭력근절 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가 갖춰졌다고 해도 시행은 사람의 몫이다. 청소년기는 또래 압력이 크고 집단 속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학생과 가장 자주 접촉하는 교사가 꾸준히 관찰하고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는 가정 학교 사회가 지속적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도리밖에 없다.
#학교폭력#자살#교사#예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