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의 옛집 읽기]<50>‘가장 오래된 살림집’ 맹씨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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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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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제공
충남 아산에 있는 맹씨행단(孟氏杏壇)의 주산은 설화산이다. 봉우리가 우뚝 솟은 이 잘생긴 산은 망경산과 태화산을 거쳐 아산에 이르고, 거기에서 다시 흑성산 태조산 성거산을 거쳐 천안에 이른다. 그리고 안산의 서운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타고 보은의 속리산에서 백두대간과 이어진다. 맹씨행단의 산경표(山經表)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이 집의 뒤란에서 마치 아기를 밴 것처럼 볼록하니 솟아 있다.

맹씨행단은 고불 맹사성(古佛 孟思誠·1360∼1438)이 살았던 집이다. 고불은 최영 장군의 손녀사위고, 이 집은 1330년 최영 장군의 아버지인 동원부원군 최원직이 지었다. 현존하는 살림집으로는 가장 오래된 집으로 사료 가치가 높다. 왜냐하면 맹씨행단은 시대가 변하면서 여러 번 고쳐 지어졌고, 그래서 이후의 조선집과 비교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첫째는 조선집의 온돌의 전파와 변화다. 처음 지었을 때 맹씨행단에는 온돌이 설치되지 않았고, 1482년 좌향을 바꾸면서 온돌이 설치되었다. 아궁이와 고래(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해 나가는 길) 사이에 있는 턱인 부넘기가 없다는 점이다. 이 이유에 대해 당시에는 연료로 나무가 아닌 동물의 배설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둘째는 가구식(架構式)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도리를 서까래와 같은 방향으로 지탱하는 소슬합장이 쓰이고 있는데 이후의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세 번째는 세종 때 강력한 단속으로 신분에 따라 집을 치장하는 것이 제한됐기 때문에 조선집에는 포작(包作)으로 치장한 집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맹씨행단에는 익공(翼工)같이 보이지만 전면으로 기둥을 감싸지 않는 장식이 눈에 띈다.

넷째는 조선시대에는 창 아래에만 놓이는 머름(바람을 막기 위해 문지방 아래에 대는 널조각)이 아래쪽에만 아니라 위쪽에도 있다는 것이다. 대청마루 전면에 머름이 놓이는 경우도 드문데, 머름동자도 아예 문설주를 내려서 사용한 점도 특이하다.

혹시 방을 마루로 개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집의 전체적인 구조는 ‘ㅐ’자로 되어 있어 가운데 ‘ㅡ’획이 대청마루인데 문설주가 머름동자로 시원스럽게 내려와 있어 흡사 일본집 같은 직선적인 힘이 느껴진다. 무사의 집이 틀림없다. 고불이 직접 심었다는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칼과 붓의 한 끗 차이를 말해주는 듯하다.

시인·건축가
#함성호의엣집읽기#맹씨행단#충남#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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