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혜련]과학을 즐기고 소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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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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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 개의 시험관은 전 세계를 뒤집는다. 과학의 승리자는 모든 것의 승리자다. 과학의 대중화 운동을 촉진하자!” 이 구호는 최근에 만든 것 같지만 78년 전 과학 대중화의 선각자 김용관 선생님께서 1934년 4월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의 날을 만들면서 외치셨던 구호다. 시대를 앞선 선생님의 통찰력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과학은 인문, 사회와 같이 학문의 한 영역에 속하지만 그보다는 ‘미래 변화를 이끄는 방향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미래사회를 주도해 나가려면 과학자와 공학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과학이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대중의 마음과 관심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과학에 대한 소비 욕구가 커질 때 과학문화는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다.

과학이 문화적으로 청소년들의 마음에 감동으로 전해지는 것은 우리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어린이의 장래희망은 시대의 꿈을 대변하는데, 1981년에 조사한 어린이 장래희망은 1위가 과학자였다. 그런데 29년이 지난 2010년 조사에서는 연예인이 1위를 차지했고, 과학자는 19위에 그쳤다. 이는 사회 전반에 퍼진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학교 안팎에서 강조되는 융합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을 만들어감으로써 과학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에서 스팀(STEAM)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과학과 수학의 이론적 바탕 위에 기술, 공학, 예술 영역까지 접목해 교육함으로써 실생활의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생활과 연계된 과학에 대한 흥미 유발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학, 과학 성취도 수준은 높지만 흥미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는 이중성을 탈피하게 해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중고교 시절 향후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못하는 것은 성적 위주의 대학입시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교과서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종이, 공책까지 만들어지는 과학의 세계를 접한 아이들이 ‘미래 과학자가 하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를 확신하게 되면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한 공부 의욕과 흥미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과학문화 확산은 또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혁신을 요구한다. 과학문화 확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학적 지식과 전문성 그 자체보다는 ‘과학자가 어떤 눈높이에서 어떤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가’에 달려 있다. 얼마 전 지구와 달의 관계에서 달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때 ‘지구는 달의 유일한 부모’라는 은유적 표현을 봤다.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이처럼 사람들이 과학적 호기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려면 과학을 알리는 방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연구 결과물을 책 또는 논문으로 발간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과학과 대중의 친근한 만남이 지속되려면 은유적 표현, 소셜미디어 참여, 유머 활용 등이 중요하다.

1934년과 2012년 사이에 일어난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를 생각해 보자. 과학문화의 확산은 예술처럼 과학을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가능하다. ‘학문’으로서의 과학도 중요하지만 ‘문화’로서의 과학이 중요한 것은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문화처럼 과학을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이 많을 때 진정한 과학 선진국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과학기술을 문화적 가치로 공유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과학의 달을 맞아 새삼 강조해 본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기고#강혜련#4월19일#과학의날#과확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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