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찬규]“이어도가 中 관할 수역이라고?” 국제법 무시하는 억지주장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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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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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장관급)이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해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정기적인 권익 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 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면서 “정기 순찰 대상 해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했다. 이는 이어도가 중국 관할수역이라는 뜻이다.

이어도는 고래로 제주도 어민들의 애환이 깃든 곳이며 2003년 6월 완공된 해양과학기지가 있어 우리에겐 더 없이 소중하다. 이곳이 중국 관할수역이란 말은 우리에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국제법상 바다의 천연형성물 중 법적 인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섬과 간출지(干出地)뿐이다. 이어도는 명칭에 섬을 의미하는 ‘도’가 붙어 섬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수중돌기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법적 인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어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이 수중돌기물이 있는 해역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가 하는 것일 뿐 그 외의 것은 있을 수 없다. 이어도는 영토 문제가 아니라 해양 경계 획정에 관한 문제란 말은 이를 의미한다.

한중 모두가 당사국인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 획정은 ‘형평한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법에 의거한 합의에 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제74조1). 만일 합의가 없거나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협약은 합의에 이를 때까지의 과도 기간에 관계국가는 잠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잠정적 조치는 최종적 합의에의 도달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74조3).

가상 중간선의 훨씬 우리 쪽에 있는 수역이라도 그곳에 있는 해저유전에서 석유 채취를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저유전이 중국 쪽으로 연장돼 있으면 이 활동은 중국 쪽 유전에 영향을 주어 최종적 합의에의 도달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스가 가득 담긴 커다란 용기의 한쪽 끝자락에 빨대를 꽂으면 용기에 담긴 주스가 모두 빨려 올라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어도에 건설한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유엔 해양법협약상 우리가 건설할 수 있는 것이고 최종적 합의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것에 중국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소행이다.

동중국해에서 중일 간에 대륙붕 경계 획정에 관한 분쟁이 있다. 일본이 중국 대륙과 오키나와제도 간의 중간선이 양국 간 해양경계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국은 양자에 동일한 비중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선다. 중국은 해구 등과 같은 해저지형, 특히 오키나와제도가 중국 대륙붕 위에 있는 섬들이란 이유로 중국 대륙과 오키나와제도에 동일한 비중을 인정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중간선이 양자 간의 해양경계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육지의 자연적 연장설에 입각한 중국 주장은 거리 개념의 도입으로 달라진 유엔 해양법협약 제도하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설사 그것이 일리가 있다 해도 그런 주장은 우리와의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이어도 문제와 관련된 한중 관계는 대륙붕이 아닌 EEZ 경계 획정과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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