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의 옛집 읽기]<36>이층집 대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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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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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청 제공
상주시청 제공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을 내고 나서 사람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우리 옛집에는 왜 이층집이 없죠?”라는 것이다. 철학도 아니고, 옛집의 사연도 아닌 이런 질문이 많다는 것이 좀 엉뚱하긴 하지만, 이층집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경북 상주 지역의 사대부가들은 기단이 높아지다 못해 아예 이층 구조를 하기에 이른다.

우산동천의 가운데를 흐르는 이안천을 따라가다 보면 우복종택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오른편에 대산루(對山樓)가 자리하고 있다. 1700년대 후반에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1563∼1633)의 후손인 정종로(鄭宗魯·1738∼1816))가 지은 집이다. 대산루는 이층집이다. 일층은 ‘ㅜ’자형 평면이고, 이층은 일층의 가로 획 위에 같은 ‘ㅡ’자형 평면을 올렸다. 물론 일층과 이층을 계단으로 연결했다.

일층은 강학(講學)공간인데 온돌방이 있고 부엌도 있어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이 계획되었다. 그리고 이층의 누각에도 특이하게 온돌방을 두었다. 보일러도 없는 당시에 어떻게 이층에 온돌방을 들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온돌방의 아래를 벽으로 두르고 거기에 흙을 채워 아궁이와 고래를 설치하고 이층에 구들을 놓았다. 당연히 이층방에 불을 때기 위해서는 가슴께 정도의 높이에 있는 아궁이에 장작을 넣는다.

그런데 처마가 높게 자리해서 일층은 비가 들이치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일층의 벽은 자연석을 쌓았다. 그래서 대산루는 돌벽에 날렵한 누각이 얹혀 안정감이 있고, 주변의 식생과도 잘 어울린다.

이 집에는 건축적으로 두 가지, 풀기 힘든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이층 누각의 마루에 뚫린 구멍이고, 다른 하나는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누각에 뚫린 구멍은 용변을 보기 위한 것이라는 설과 청소를 위한 구멍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청소를 위한 구멍이라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계단인데, 여기에는 이렇다 할 설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계단을 돌로 만든 것이 틀림없다. 계단 아래쪽에는 부엌과 이층을 위한 들려진 온돌구조가 있어 화기를 간직한 곳이 두 군데나 계단에 접해 있다. 그래서 돌벽을 쌓아 벽을 두르고 흙을 채운 다음 그 위에 돌로 계단을 놓았다. 이층의 난방을 위해 흙을 채우고 아궁이를 들인 것과 똑같다. 조선집에 왜 이층집이 드문지 대산루가 잘 말해 주고 있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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