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46용사에게 더 죄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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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로켓 쏜다는데…46용사에 더 죄스럽다

배인준 주필
배인준 주필
2년 전 북한 어뢰의 천안함 폭침으로 46용사를 잃고도 대한민국 국회는 군사대응력 강화를 위한 국방개혁법안을 상정조차 안 했다. 그 사이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개발해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천안함 비극 2년, 가면 벗는 從北

북이 핵무기와 그 운반체인 미사일을 착착 개발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준 꼴이 된 좌파 정권의 후예들은 이 순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들에겐 국가 안보보다 해안 바위가 더 소중하다.

후보 시절 “남북관계만 잘되면 나머지는 다 깽판 쳐도 좋다”고까지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요소”라며 건설계획을 확정했던 바로 그 기지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은 5년 전인 당시 국무총리와 전임총리로 노 대통령 못지않게 제주 기지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 대표는 작년 5월 23일 태극기를 밟고 몇 발짝 걸어 노 전 대통령 추모비에 하얀 꽃을 바쳤는데, 이 때문에 국기(國旗) 모독 시비를 불렀다. 한 대표의 행동도 문제지만 그날 초대형 태극기를 서울 한복판 덕수궁 앞 길바닥에 깔아놓고 추모행사를 주도한 세력의 의도부터 뚫어봐야 한다.

종북세력이 우리 민족의 한 상징인 태극기를 땅바닥에 펼쳐놓고 만인의 더러운 구둣발로 짓밟게 하는 것은 북한 김일성이 태극기를 남한에 ‘빼앗긴’ 사실과 무관치 않다고 나는 본다. 광복 후 김일성은 소련 스탈린의 지시를 받으며 남북 분단을 고착화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자기네 것으로 챙기지 못하고 남측에 안겨준 뼈아픈 실수를 했다.

태극기를 국기로 아끼지 않고, 애국가 대신 이상한 행진곡을 부르는 소위 진보정당 사람들이 18대 국회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도 모자라 내달 11일의 19대 총선에서 더욱 약진할 기세다. 이들은 ‘종북 국회, 종북 정권’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 선두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북한의 6·25 남침조차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진보당이 만삭에 평양까지 가서 북한노동당 창당 기념일에 제왕절개수술로 아이를 낳은 여성을 국회의원 비례대표 예비후보에 넣은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해군을 해적(海賊)이라고 부른 여성들도 진보로 분류된다. 이역만리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의 인질로 잡힌 삼호주얼리호 선원 20여 명을 목숨 걸고 구해낸 해군 청해부대 대원들이 자신의 아버지 오빠 남동생이라 해도 ‘해적’이란 말을 입에 올릴지 알고 싶다.

대한민국은 1953년 정전(停戰) 후 60년간 부분적으로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큰 틀에선 안보를 지켜냈다. 그해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미 동맹이 있었기에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전쟁 억지(抑止)가 가능했다.

‘평화 마취’ 깨야 진짜 평화 지킨다


우리 국민은 우수하지만 한미 동맹이 없었다면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느라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1955년 65달러이던 1인당 연간소득을 2만 달러까지 올려놓은 기적은 자유민주주의 개방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한 데다 한미 동맹 울타리 안에서 경제건설에 매진했기에 가능했다.

종북·반미·반정부로 국기(國基)를 흔들고 있는 세력도 동맹 안보와 경제 도약의 단맛을 한껏 빨아먹으며 발 뻗고 잔다. 그럼에도 이들은 6·25전쟁의 김일성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주민들을 굶기는 시대착오적인 세습독재 왕조체제를 추종하며,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한사코 부인하고, 남북문제의 주된 책임을 대한민국 정통 보수정권에 덮어씌우며, 북한이 한국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데 방해가 되는 미국을 주적(主敵)으로 몰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획책한다. 북한은 무슨 짓을 해도 자기네 편을 들어주며 남남 갈등을 키우는 종북세력이 있기에 도발 유혹을 더 느낀다. 반면 국론분열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군의 대북 안보 대응을 힘들게 한다.

10년 전 두 여중생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인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전국을 반미 촛불시위장으로 만들었던 핵심세력은 2년 전 순국(殉國)한 해군 46용사를 위해선 촛불도, 한 송이 꽃도 들지 않았다. 닷새 뒤 26일, 천안함 비극 2주년에 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한번 볼 것이다. 46용사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도 굽어보리라.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당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야 북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 평화를 지킬 능력과 정신을 가다듬지 않은 채 ‘비굴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의 마취에 빠져 있다가는 다시 우리 젊은이들을 잃고, 나라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정부와 군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성찰할 때다. 46용사와 한 준위에게 거듭 죄스러운 시간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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