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0대와 60대 창업의 빛과 그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창업 열기가 뜨겁다. 올 2월 신설된 법인은 6439개로 작년 12월(6645개)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신설법인은 6만5110개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였다. 50, 60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의 창업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신설법인 가운데 50대 이상 중·노년층이 설립한 법인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5060세대의 창업 붐은 기업에서 퇴직한 후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 학비와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한 인생 이모작 시도다. 이들의 창업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 전반에 활기가 더해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슬아슬하다. 외환위기 직후 자영업 창업이 급증했다가 2000년대 중반에 해마다 수십만 명씩 폐업했던 ‘자영업 대란’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업종과 입지(立地)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상권과 고객층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대기업 퇴직자 등 5060세대는 1년 이상의 창업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인 창업이 60%, 6개월∼1년이 13%, 1∼2년이 9%였다. 절반 이상이 별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쫓기듯 창업에 나서면 그만큼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실전 창업교육이 다음 달부터 전국 216곳의 민간 교육기관과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실시된다. 정부는 5060세대가 무리한 창업에 나서지 않도록 현실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창업 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숙지시켜야 한다. 음식 숙박업 등 포화상태인 자영업 진출을 염두에 둔 5060세대는 국세청의 시군구별 자영업 분포 지도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5060세대는 창업으로 인해 자신들의 노후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과도한 창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고령자 고용과 취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일본의 지역별 고령자사업단, 미국의 저소득 실업 노인에 대한 시간제 고용기회 보장 프로그램, 영국의 중고령층 구직네트워크 같은 지원시스템을 연구해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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