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꼼수식 뉴스 만들기’ MBC 노조의 타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올해 1월 말부터 파업 중인 MBC 노조는 MBC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를 추적한 동영상을 ‘제대로 뉴스데스크’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제작한 동영상에는 김 사장과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인근 음식점 등에서 수시로 어울렸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동영상에 나온 음식점 3곳 중 한 곳은 평생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두 곳은 간 적이 있지만 김 사장과 함께 간 적은 없다”며 MBC 노조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 동영상의 제작의도는 두 사람이 자주 만나면서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해당 음식점을 취재한 결과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음식점 주인은 “김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 전 수석도 TV를 통해서만 봤지 잘 모르는데 (MBC 노조가) 자기들이 필요한 말만 빼내서 방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형식 등 여러 면에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언론이라면 해적방송을 자처하는 나꼼수를 따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명색이 공영방송 간판을 달고 있는 MBC의 노조가 파업까지 하면서 지향하는 방송이 ‘TV판 나꼼수’라면 한심한 노릇이다.

MBC 노조는 공정방송을 구현하고 ‘낙하산 사장’의 퇴진을 위해 파업에 들어갔다고 밝혔으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회주의적인 정치 투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국언론학회가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2004년 탄핵 방송이나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괴담 선동과 관련해 MBC 노조가 공정방송을 못했다고 파업한 적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낙하산 사장’이나 ‘코드 사장’에 반대하는 파업을 한 적도 없다. 이러니 MBC 노조의 파업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KBS 새 노조가 어제 파업을 시작했고 YTN 노조도 8일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도 공정방송을 외치고 있지만 파업 시기나 연대하는 외부세력을 보면 정치 파업의 색채가 강하다. 이들 방송 노조는 전문가 집단답게 파업보다는 내부에서 방송의 실질적인 내용을 놓고 논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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