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명동의 국산名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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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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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시크릿 가든’ 주인공 김주원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수백만 원대 프랑스제 아웃도어 몽클레르를 입고 산에 오른 사람들도 가끔 만날 수 있다. 노스페이스 점퍼로 계급을 구분한다는 아이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매년 12%씩 성장해 2010년에는 45억 달러(약 5조 원) 규모로 커졌다. 가계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일본(4%)을 넘어섰다. 루이뷔통 백이 ‘국민 가방’으로 불릴 정도다. 육안으로는 명품과 구분이 어려운 짝퉁 시장도 성황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 1위 국가는 미국, 2위는 일본이다. 그러나 인구 규모로 볼 때는 세계 명품의 23%를 소비하는 일본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소비 열기가 주춤해졌지만 일본인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한때 사양산업이었던 유럽 명품업계를 회생시킨 일등공신이다.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가 잘나가던 시절 일본 소비자들은 엔고를 무기로 유럽을 누비며 명품을 싹쓸이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이, 이제는 중국이 가세하고 있다. 중국의 명품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명품 소비의 원조 격인 일본인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명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유럽 명품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울 명동 등에서 한국 장인의 손맛이 살아 있고 값이 저렴한 수제(手製) 구두와 가방을 찾아 나서고 있다. 수제 구두 이외에 조각보, 비녀 등 우리 전통 문양과 소재를 활용한 수제 가방이 인기다. 품질은 유럽 명품에 못지않으면서도 가격은 절반 또는 3분의 1에 불과하니 알뜰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죽 원단을 다루는 솜씨는 한국 기술자들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엔 루이뷔통 백 등 ‘A급 짝퉁’ 제품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키고 일본에 밀수출한 기술자가 구속됐다. 22년 동안 가방만 만든 그는 뛰어난 솜씨에도 불구하고 브랜드파워가 없어 사업에 실패하자 짝퉁 제조에 손을 댔다. 한국인의 기술력을 장인문화 전통을 지닌 일본인이 먼저 알아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 수제품도 디자인과 브랜드력만 강화하면 향후 명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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