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석민]게임의 추억

  • Array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석민 산업부 차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고백부터 해야겠다. 초등학생 시절 전자오락에 심취했다. 당시 전자오락실에서 처음 만난 게임은 1978년 일본에서 나온 ‘스페이스 인베이더’다. 부모님은 눈치 못 채셨지만 학교 가는 길에 전자오락실에 들르는 일도 잦았고, 하굣길에는 출근부에 도장 찍듯 다니기도 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문제가 되는 게임 중독 증세가 나타났다고 할까. 오락실 출입을 단속하던 학교 선도부원들에게 적발돼 교무실에 불려가기도 했다.

사실 기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1979년 서울에 900여 개이던 전자오락실은 1983년 1만2000여 개까지 급증했다. 당시 초중고교생들에게 전자오락실은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자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장난감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시절에도 전자오락실 출입은 여전했고 ‘페르시아 왕자’ 같은 PC게임도 즐겼다. 게임과의 인연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끝났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국민 게임’은 한 번도 직접 해보지 못했다.

개인적인 게임 편력을 더듬어본 건 게임이 학교 폭력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게임을 하면 뇌가 마약중독자처럼 변한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60년대부터 손도끼와 잭나이프를 휘두르는 학내 폭력 서클이 종종 기사화됐다. 지금은 게임이 화살을 맞고 있지만 그 전에는 TV와 만화가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TV가 폭력교실이 되고 있다는 말은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지만 정말 컬러 TV의 방영을 계기로 프로 선정에 방영당국이 크게 신경을 써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동아일보 1980년 11월 11일자)

‘학교 폭력이 일부 남자 고교생만의 문제에서 최근에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물론 여학생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 일본 만화책에 나오는 폭력조직의 이름을 따 ‘일진회’라는 이름의 폭력서클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동아일보 1997년 7월 4일자)

게임 책임론이 TV나 만화와 다른 점은 주장의 주체가 비판의 대상인 게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임만큼 윗세대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과학기술은 없다. TV와 휴대전화는 온 가족이 함께 애용하지만 게임은 유독 젊은층의 전유물이다. 1980년대 이전에 학교를 다녔다면 게임에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게임은 세대를 구분하는 확실한 기준이다.

한국 사회는 게임을 기준으로 나눈다면 △노(No)게임 세대(50대 이상) △전자오락실 세대(30대 중반∼40대) △온라인게임 세대(30대 중반 이전) 정도가 될 듯싶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노게임 세대와 전자오락실 세대에게 게임은 추억이거나 혹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온라인게임 세대에겐 게임이 일상이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존 벡 교수는 저서 ‘게임 세대가 일터를 바꾸고 있다’에서 게임 세대를 역사상 가장 경쟁력 있는 세대라고 칭했다. 능력을 중시하고, 경쟁을 즐기며, 협력할 줄 알고, 더 큰 보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칭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한국에선 온라인게임 세대 정도다.

게임의 폐해를 강조하기 전에 돌이켜보라. 학창시절 몰두하던 대상이 모두 아름다운 것들은 아니었다. 게임이 학교 폭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할 점은 게임에 대한 비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세대의 일상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