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친박 텃밭 기득권부터 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공천위는 그제 친이(親李)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을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에서 재의를 요청했지만 공천위가 재의결을 통해 공천을 밀어붙이자 일부 비대위원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공천이 기본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면서 “더 하기 싫다. 있어 봐야 더 할 것도 없다”고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새누리당의 고질적인 친이, 친박(親朴) 갈등이 잠복한 상황에서 일부 비대위원과 공천위 갈등은 새로운 내분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과 이상돈 위원은 비대위 출범 초기부터 ‘이명박 정권 실세 용퇴론’을 제기해 친이계의 반발을 샀다.

친박 진영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배신감을 토로한 2008년 공천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친박 학살’이란 말까지 나온 2008년 공천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 내내 계파 갈등이 계속됐고, 이 때문에 당 간판을 바꿔달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당명과 로고, 정강 정책까지 바꾸며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격화하면 총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4년 만에 공천 칼자루를 잡은 친박이 자기 편 인사들만 챙기는 공천을 한다면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다. 당의 쇄신과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친박부터 기득권을 깨는 물갈이를 해야 한다. 시발점은 친박의 영향력이 강한 대구 경북권이 돼야 한다. 그 점에서 공천위가 박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달성을 경선지역으로 정한 것은 ‘낙점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하다. 친박계가 먼저 계파 이익보다 당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인 뒤 친이계에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물갈이를 해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김 위원은 비대위 출범 초기부터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정강 정책에서 ‘보수’ 삭제 주장과 인적 쇄신론 등으로 갈등을 증폭시켰으며 수시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은 새누리당 임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언행을 할 필요가 있다. 그의 언행은 새누리당을 아끼고 키워온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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