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홍권희]복지의 파이는 인재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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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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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 논설위원
홍권희 논설위원
중국은 수년 전까지 세계 최대의 인재(人材) 유출국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미국으로 몰려간 유학생 중 귀국자는 30%가 채 안 됐다. 중국 국내에서는 미국 정착 경쟁에서 패배한 유학생이 귀국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지금은 딴판이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해외인재 U턴 정책 ‘천인(千人)계획’에 따라 만 3년 사이에 핵심 인재 1510명이 모국으로 되돌아가 전국에서 연구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그 이전 30년간 확보한 인재보다 많은 수다. 일반 유학생까지 포함하면 요즘 매년 하이구이(海歸·돌아온 유학생)가 10만 명을 넘어 10년 전의 10배나 된다.

中, 12가지 생활 혜택으로 인재 유인

대표적 U턴 인재로 꼽히는 스이궁(施一公) 칭화대 생명과학원 부원장은 4년 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자리와 미 정부가 주는 연간 200만 달러의 연구비를 포기하고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학계에서는 “그는 미쳤다”고 했지만 스 부원장은 “중국에서 하는 것이 미국에서 하는 것보다 10배, 100배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스 부원장을 따라 분자생물학 분야 신진학자 수십 명이 칭화대에 둥지를 틀었다.

중국 정부는 핵심 인재들이 대학 연구소 금융기관 등에서 실력을 잘 발휘하도록 직접 챙겼다. 연구비와 프로젝트 참여 인력은 기본적으로 달라는 대로 준다. 여기에다 12가지 생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의 정착금을 1차로 주고 해외에서의 수입을 감안해 급여와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 외국 국적이면 가족에게도 영주권을 주고 세금 보험 등 특혜도 준다. 중대한 기여를 하면 보너스 주식도 지급한다. 인재의 중국 정착을 지원하는 서비스센터도 따로 두었다.

마치 떼돈을 버는 다국적기업이 특별인재를 영입하는 모양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두뇌유치 전략을 현대화한 확대판이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인재 외에 창업인재를 뽑아 지원하는 것도 획기적”이라며 “중국 첨단산업의 심장인 중관춘(中關村)에는 귀국한 유학생 전용 창업센터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지방정부와 기업들도 제각각 해외에서 인재를 구하느라 난리다. 미국 경기불황 때 감원 바람이 불었던 뉴욕 금융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업계에 거액 연봉을 제시한 기업은 주로 중국계였다. 중국 전역에서 방대한 인재확보 작전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다. 미국 조지아텍(GIT)은 4년 전 “10∼20년 후 연구개발 결과를 상용화하는 능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특허출원 1위 국가에 오른 것도 천인계획을 포함한 각종 인재강국전략 덕분이다. 중국식 인재지원 방안을 따라 하다가는 요즘 한국에선 ‘위화감 조성’ ‘역차별’ 같은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선거 공약, 복지 풍년 인재 흉년


미국 독일 등 기술강국들까지 참여한 과학기술 핵심 인재 확보경쟁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선도할 것이다.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로봇 바이오의약 친환경 등 미래 9대 유망산업 분야의 인재 10만 명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도 선진국에서 고급기술을 습득한 인재가 귀환해 활동하게 하는 ‘두뇌 순환’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에 해외에서 뛰는 두뇌 500명을 유치한다는 정부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공약이 도를 한참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복지를 낳는 기반인 핵심인재를 어떻게 키울지에 관한 공약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것을 지켜본 뒤에 우리가 따라가면 경쟁에서 밀린다. 하물며 중국이 하는 것을 보면서 제때 대응하지도 못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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