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영호]문제는 사내이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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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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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주간동아팀장
윤영호 주간동아팀장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사외이사 선임 문제가 불씨다. 이미 일부 은행 노조는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 파견 요청을 받은 국민연금도 내부 방침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는 눈치다. 마침 4대 금융지주사(KB 하나 신한 우리)의 사외이사 57명 중 36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된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배경에 주목하고 싶다.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 주요 금융지주사의 회장뿐 아니라 사외이사 자리도 상당수 차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로서는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금융회사가 정권의 전리품이 됐다”는 개탄도 나온다. “다음 달 금융회사 주총부터라도 사외이사 한번 제대로 뽑아보자”는 각성의 소리가 나올 만하다. ‘권력’이 개입만 하지 않는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 있는 사외이사라고 해도 금융회사의 경영진을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외이사라는 자리의 속성상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사내이사 수를 늘리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은행장의 절대적인 권한을 어떤 식으로든 견제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은행 임원이 많다. 은행에서는 행장 바로 아래인 부행장도 미등기 집행임원이어서 행장이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 짐을 싸야 한다. 그러니 소신보다는 행장의 눈치나 의중을 살피는 게 먼저가 돼버렸다. 어떤 은행에서는 행장이 다니는 교회에 나가려고 종교까지 바꿨던 부행장이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사내이사 수를 늘리다 보면 행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사내이사 쪽에 줄을 서려는 직원들이 생겨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겠느냐는 것이다. 보수적인 은행의 조직문화 때문에 사내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줘도 현실적으로 행장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행장의 전횡이 초래할 위험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인다.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행장과 사내이사의 임기를 시기적으로 겹치지 않게만 해놓아도 행장이 자기보다 늦게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소한 위험관리 책임자만이라도 부행장급 사내이사로 선임해 임기를 보장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래야 행장이 대출자산을 급격히 늘리려 할 때 과감히 나서서 ‘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관리 책임자가 이런 구실을 못했을 때 은행은 항상 큰 후유증에 시달렸다.

일반적으로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당장 이자수입이 늘어나고 부실여신 비율이 감소해 은행 실적이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행장이 항상 외형 성장 전략에 다걸기 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부실도 급격히 늘어나 은행마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짧지 않은 우리의 금융사(金融史)가 보여준다.

1997년 말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채 대란, 2006년 부동산담보 대출 급증이 불러온 아파트 값 폭등은 모두 금융회사가 위험관리에 실패한 게 근본 원인이었다. 그때마다 국민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을 제정해서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기관은 위험관리 책임자를 부행장급 사내이사로 선임하도록 해 보자. 4월 총선으로 출범할 제19대 국회에 주문하고 싶은 많은 것 중의 하나다.

윤영호 주간동아팀장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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