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명숙, MB 痛打 전에 盧정권 失政 반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MB(이명박) 정권 4년은 총체적 실정(失政)과 실패, 무능의 극치이며 가장 최악은 부패와 비리”라면서 대(對)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사고와 조수석의 관계를 예로 들면서 “조수석에서 이명박 정부를 도운 만큼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통타(痛打)한 내용 중에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있다. 지금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헤아려보면 가혹한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 대표가 구사한 표현과 내용에 다소 과격하고 과장된 것이 없지 않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한 대표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상임중앙위원과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았다. 반면에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추대되기 전까지 정부 직과 당직을 전혀 맡지 않았다. 한 대표가 박 위원장에 대해 ‘이 대통령의 조수석에 앉아 있다’고 비유한다면 그 자신은 노 전 대통령과 운전석에서 같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노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성 없이 어느 날 가마를 바꿔 타고 나타나 현 정권을 몽둥이로 때리니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도부 등 인적 구성이나 추구하는 가치로 볼 때 사실상 친노(親盧) 정당이다. 4·11총선에 공천을 신청한 713명 후보들이 적어낸 대표적인 경력 가운데 ‘노무현’ 또는 ‘참여정부’라는 말이 들어간 사례가 131개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노와 참여정부를 상징하는 인사들이 정치적 부활을 꿈꾸며 대거 출사표를 냈다. 친노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칭했던 세력이다.

한 대표와 친노들이 염치를 안다면 겸허한 자성 없이 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삿대질부터 할 일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부정하는 것도 시류에 따라 말을 바꾸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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