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리아 반인륜 독재정권도 최후 맞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42년 부자(父子)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의 명운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촉발돼 순식간에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온 재스민 혁명이 장엄한 종막(終幕)을 향해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시리아 반군(反軍)은 그제 “시리아 국토의 5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정권은 전 인구의 17%인 시아파 변종인 알라위파가 지배하는 소수정권이다. 반(反)인륜 자국민 대량학살(genocide)의 피해자이자 인구의 83%를 차지하는 수니파가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열망해 독재정권의 최후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 진압과정에서 7000여 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알아사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에 근거를 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원 덕이었다. 시리아에 유일한 해외 해군기지를 두고 연간 50억 달러의 무기 판매수입을 올리는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제재 문제가 다뤄질 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했다. 핵무기 개발로 미국과 정면충돌하고 있는 이란도 유일한 시아파 맹방 시리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심정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최후에서 보듯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독재정권은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 결사 항전할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처럼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같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시민보호책임(R2P)’을 적용해 국제사회가 무고한 시민의 희생자가 늘기 전에 신속하게 개입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힘이면 리비아에서처럼 독재의 망령을 몰아낼 수 있다.

민주화 혁명을 달성한 이집트에 서서히 반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자유선거에 의한 민간권력 출범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군부의 통치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1일 밤 이집트 카이로 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난투극으로 79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부상당한 사건의 배후에 민주세력의 분열과 혼란을 노린 군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전환기 혼란 극복 과정에서 맹아기의 민주주의를 흔드는 또 다른 권위주의 부활은 역사의 후퇴요, 반역이다.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을 감행한 북한은 몰락위기에 처한 시리아 독재정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김정은이 세상으로 통하는 창(窓)을 꼭꼭 닫은 채 할아버지 흉내를 내고 군부대나 방문하는 퇴행적인 모습으로는 북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반인륜 독재청산은 거역할 수 없는 세계사의 큰 흐름이다.
#시리아#독재체제#종막#반정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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