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다보스포럼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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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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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최근 다보스포럼은 소득 분배 불공평으로 인해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저명한 기업가와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던 다보스포럼의 이런 경고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소득분배 불공평으로 자본주의 위기

먼저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현행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상당수는 독과점 업체가 공급하고 있다. 경쟁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업종도 과거와 달리 대부분 이익집단을 구성해 독과점과 같이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물가와 임금 상승이 악순환되면서 기업 투자 감소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불평등한 관계에 있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 하청단가를 낮추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보다 절반 이상 낮다. 물가를 낮추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또 다른 시사점은 우리 대기업들도 전략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소득 분배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기업가들은 모두 공평한 소득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보스포럼이 지향하는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해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법인세를 낮추고 환율을 올려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사용했다. 대기업 이윤이 늘어나면 투자가 확대돼 중소기업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많은 이윤을 내고도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했다. 이런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집권 후반기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을 강조하고 있으나 대기업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양극화가 진전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정부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대기업은 알아야 한다. 따라잡을 수 없는 소득격차 때문에 근로의욕이 떨어져 성장이 정체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이 증가하면서 정부부채가 늘어 결국 남유럽처럼 위기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자본주의가 폭발할 것을 경고하고 있고, 세계적인 부호 조지 소로스는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억압적인 정치체제가 나타나 민주주의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우리 기업도 전략적인 사고로 양극화 해소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 해소 위해 정부가 나서야

현행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부자와 빈자가 모두 공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공존자본주의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독과점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해 물가와 임금을 안정시켜 기업 투자가 늘어나게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조세제도를 개선해 불공평한 소득 분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연금제도가 정착되도록 지원하고 병약자와 노약자에 대한 복지혜택과 교육 의료 주택에 대한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 개입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에 한정돼야 한다. 과도한 정부 개입은 국가부채를 늘리고 기업의 창의성을 훼손해 성장을 정체시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장경제 체제는 양극화와 저성장이라는 두 개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다보스포럼의 경고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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