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네이버의 미국비자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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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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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제목에 네이버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네이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포털업계 전체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이 2008년 11월 17일부터 미국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한국인은 90일 이내의 출장이나 관광이라면 비자 없이 미국에 갈 수 있다. 단, 전자여권을 갖고 전자여행허가(ESTA)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자여행허가는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https://esta.cbp.dhs.gov)에서 신청하면 된다. 여행자의 영문이름과 생년월일, 여권 발급일과 유효기간을 입력하고 요금을 내야 한다. 카드사용 명세를 문자로 받으면 ‘14.00(US$) 미국 US CUSTOM 승인’이라고 알려준다. 대개는 신청하고 3∼5분이면 허가가 난다.

인터넷에는 이를 대행하는 민간 업체가 성업 중이다. ‘쉽고 간편하다’ ‘빠른 승인 및 관리’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운다. 영어나 컴퓨터에 서툴거나 신청이 거부될까봐 걱정하는 초보 여행자가 이용하기 쉽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바가지다.

민간 업체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정보를 입력하라는 창이 열리는데,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와 같다. 업체들은 여행자 정보를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에 전달하고 4만5000원을 받는다.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에 직접 입력할 때와 비교하면 3배를 받는 셈이다. 일부 업체는 3만2000∼3만8000원의 특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선전한다.

이런 점 때문에 주한 미국대사관은 ‘승인이 안 된 사업체나 제삼자가 전자여행허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여행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추가비용 또는 14달러 보다 많은 수수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및 웹사이트는 미 국토안보부(DHS) 또는 미국 정부가 보증 또는 관련되거나 제휴하고 있지 않음을 유의하셔서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라고 안내한다.

문제는 포털이 검색창의 맨 위에 이들 업체를 올려놓는다는 점이다. 전자여행허가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네이버에는 파워링크와 플러스링크, 다음과 네이트온에는 스폰서링크와 프리미엄링크라는 항목 아래 대행업체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얼마나 많은 돈을 업체로부터 받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포털이 얄팍한 상술을 부추기면서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나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기 양주시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힘들거나 영어에 서툰 주민을 위해 전자여행 접수대행 업무를 이달 10일 시작했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해 9월 행정서비스 헌장을 개선하면서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시행하고 있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업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주민에게 돈을 받지는 않는다. 양주시와 순천시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37.6%와 20.6%다. 재정이 아무리 열악해도 e메일을 전달하는 일만으로 돈을 받기는 곤란하다는 상식 때문이 아닐까.

이와 대조적으로 네이버는 분기마다 1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린다. 홈페이지의 재무제표를 보니 당기순이익이 2010년은 4942억200만 원, 2011년은 3분기까지 3388억7500만 원이다.

네이버처럼 탄탄한 기업이라면 여행자의 불안한 마음을 노린 돈벌이는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NHN의 기업윤리규범대로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만족을 줄 수 있는 참되고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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