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민]피곤한 버스 운전사… 승객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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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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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경제·물류본부장
이상민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경제·물류본부장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의 운전사가 졸도하여 승객의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했던 사건이 있었다. 운전사의 졸도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던 버스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위기에 직면했으나 다행히 한 승객의 기지로 휴게소에 정차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사고 후 예비버스가 투입돼 수습은 되었으나 해당 운전사는 다시 운행을 하고 “전복이나 충돌도 아닌데 그게 무슨 사고냐”는 해당 버스회사의 안일한 대응은 교통안전에 대한 심각한 불감증과 운수업체의 미흡한 안전진단, 운행에 대한 우려를 일깨우고 있다. 일전에 발생했던 압축천연가스(CNG)버스의 용기 폭발, 철도의 역주행 운행 등 이러한 일련의 사고와 같은 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는, 안전 진단 및 운행 매뉴얼에 대한 형식적 운용, 과도한 근무시간, 사전 철저한 운행상태 점검 소홀 등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고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에서 전국 버스 운전사 1200명을 면접 조사했다. 이를 통해 밝혀진 실태를 보면 고속버스의 경우 통상 근무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구속시간(근로시간+휴게시간)이 하루 평균 13시간 57분에 이른다. 버스 운행 중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장시간 근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해진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 피로 운전 등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버스 대수와 운전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운전사의 과다 근무가 불가피한 농어촌지역 버스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해 구속시간이 하루 평균 15시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 부문의 과중한 근로시간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안전운행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초과특례의 대상 업종에 포함돼 있는 운수업을 제외시켜 초과근로시간을 줄여 안전운행을 확보하려고 수차례 건의와 연구를 통해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운전사의 수급, 장거리 운전의 운행시간 불확실성, 추가 경비 소요 등의 측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준공영제의 여건을 갖춘 대도시 시내버스를 제외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에서 장시간 근로의 환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돼 위와 같은 사고의 개연성은 언제 다시 되풀이될지 모르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 도쿄의 대형버스업체인 고쿠사이코교(國際興業)는 주기적으로 정기교육과 특별교육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승차하기 전에 운전사 전원에 대해 음주측정기를 이용한 음주 측정 및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차량 및 운행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무사고 운전사에 대한 표창 등 사기 진작을 통해 많은 인명을 수송하는 운전사의 책임의식과 안전운행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운수업체에 대한 안전진단 및 매뉴얼 등이 유지되고 있으나 철저히 준수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체별로는 형식적 점검, 안전교육의 결여, 수입과 배차시간을 위주로 하는 버스 운행 등에 따라 안전운행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위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은 버스회사의 안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대형사고의 개연성이 높은 버스, 철도, 항공 등의 운행 종사자에 대한 과다 근로시간의 개선, 승차 전 운전사에 대한 상시적 안전 점검(음주 여부 및 건강상태 파악), 안전운행 매뉴얼의 철저 준수 등 안전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통안전 관련기관의 제도적 기능 및 역할이 충분히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민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경제·물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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