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비샤카 데사이… 격동의 2011&2012]<9>차세대 여성 지도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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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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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샤카 데사이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비샤카 데사이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인도 인디라 간디, 스리랑카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필리핀 코라손 아키노,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지난 40여 년간 아시아에서 군림했던 여성 지도자들이다. 남편과 아버지의 정치적 후광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1세대는 독자적 영역을 개척하지 못했다. 여성의 권리나 복지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전문성이나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이 여성 정치인의 순수하고 결백한 순교자적 이미지 형성에 이점으로 작용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다른 양상이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여성 정치인들이 정치명가의 후광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자력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최고위층으로 성장하는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전 총리 라지브 간디의 아내이자 인디라 간디의 며느리인 소냐 간디는 간디 가문을 정치 기반으로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됐지만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전례 없이 4차례나 국민회의당 당수를 연임하고 있는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 프라티바 파틸의 탄생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도 암살된 그녀의 아버지 셰이크 라만 초대 대통령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1996년 처음 총리직에 올랐고 2009년 재선됐다. 두 번째 임기에서 그는 여성정책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여성들의 정치적 부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박근혜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그는 현재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다. 역시 정치가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노련하고 빈틈없는 정치력으로 국가적 인물이 됐다. 아시아의 차세대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을 평가할 가늠자 역할도 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전문성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가문의 영향력 이상의 정치력과 경험으로 승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본 방위청 장관과 총리실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고이케 유리코 자민당 총무회장이 대표 주자다. 총리 후보 물망에 올랐던 그는 정치 가문 출신이 아니다. 그녀의 입지는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수학한 학력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 남성 경쟁자들보다 두드러지는 글로벌 감각에 기반을 둔다. 가문의 후광 효과를 업지 않은 건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세계은행그룹 이사도 마찬가지다. 재무부 장관을 지낸 그를 2014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추대하는 신당도 출범했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이번 주 치러질 총통 선거에서 변화론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또 다른 주자는 태국 잉락 친나왓 총리다. 그가 총리에 오른 데는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후광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때부터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내세웠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있다. 미얀마의 독립운동 지도자인 아웅산의 딸로 태어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왔다.

정치 가문의 후광에 의존했던 1세대 여성 지도자들과 달리 차세대 여성 지도자들은 강인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국가 지도자로서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들에게서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는 것 같다.

아시아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정이 잠재돼 있다.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요구가 여성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로 작용한다. 차세대 여성 지도자들은 최고의 자리에 자신의 의자를 놓고 그 자리의 모양을 바꿔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샤카 데사이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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