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교사 명퇴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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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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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 이해찬 씨가 내놓은 논란 많은 정책 가운데 1999년 교원정년 단축 조치가 있다. 이때부터 교원 정년이 65세에서 62세로 줄었다. 국민 지지가 높았지만 교원들은 반발했다. 일부 교사가 위헌 심사를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00년 “젊고 활기찬 교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교직사회의 신진대사가 필요하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그때와는 반대로 교단을 일찍 떠나려는 교사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명예퇴직(명퇴)이 가능한 대상자는 20년 이상 근무 경력에 정년이 1년 이상 남은 교사여서 50대가 주로 해당된다. 올해 초 명퇴를 신청한 교원은 지난해보다 서울 25.6%, 경기 44.7%, 충북 30.2%, 광주 30%가 늘었다. 특히 학생 지도가 상대적으로 힘든 중등 교원의 신청이 급증했다. 경기도에서 중등 교원의 명퇴 신청은 315명으로 작년보다 배(90.9%) 가까이로 늘었다. 퇴직금 예산 부족으로 각 교육청이 명퇴 신청의 절반가량을 반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12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201명을 조사했더니 93.5%가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환경의 변화’를 명퇴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학생인권조례와 체벌 금지에서 비롯된 교권 추락으로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느낀 나머지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다. 나이 든 교사들이 새로운 교과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원능력개발평가 도입 등 경쟁 분위기에 밀려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은 신지식으로 무장하고 학생들과 세대차가 적은 젊은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명퇴 붐이 한 차례 있었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2008년을 전후로 연금 수령액 축소를 우려한 교사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 교원연금을 받으며 일찌감치 은퇴 인생을 즐기겠다는 심리는 여성 교사들 중에 더 많은 것 같다. 교사 지망생들에게 일자리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니 꼭 나무랄 일도 아니다. 다만, 폭넓은 경험과 사명감을 가진 교사들이 교단을 지켜줘야 공교육을 살리고 ‘왕따’와 학교폭력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교사의 명퇴 러시가 그리 명예롭게 비치지 않는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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