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젊은 김정은부터 21세기 세계 대세에 눈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는 불안한 3대 세습을 어떻게든 안착시켜 보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17년 전 김일성 사망 당시 ‘김일성=김정일’이라고 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라고 주장했다. ‘불세출의 선군 영장’ 2대가 64년간 통치한 북한은 최악의 ‘실패국가’다. 어제 김정은은 첫 공식 활동으로 6·25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했던 제105 탱크사단을 방문해 선군정치 계승을 시사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아바타라면 북한의 미래는 나아질 것이 없다.

우리가 그래도 김정은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4년간 공부를 했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을 둘러본 경험 때문이다. ‘방안 퉁소’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이나 인민대약진(大躍進) 운동 같은 바보짓을 하며 수천만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통해 주요 2개국(G2)의 기반을 다졌다. 열차를 타고 고작 중국 러시아나 돌아본 김정일과 국제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한 김정은은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청소년기에 중국 방식의 개혁개방에도 큰 관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번 신년사설에서 김정은이 주도하는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장의 발전을 강조하며 지식경제형 강국 건설의 길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지식경제 강국이 되려면 인민과 기업소에 인터넷망부터 보급해야 할 것이다.

막 30세가 된 김정은이 북한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것은 군권 장악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다. 권력승계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은 2월의 김정일 생일(70회)이나 4월의 김일성 생일(100회) 또는 조선인민군창건기념일(80주년)에 맞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대관식(戴冠式)을 감행할 것이다.

북한은 4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론을 다시 들고 나오긴 했지만 전가의 보도인 핵보유국 주장은 하지 않았다. 세습의 안착을 위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도발을 당분간 삼가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진행 중인 북-미 대화와 식량지원 논의를 의식한 듯 미국을 정면 비판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실패 국가’를 벗어나려면 김정은이 세계사의 흐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통해 시대정신을 거스른 독재자의 최후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북한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과감한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협력을 끌어들이는 길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