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스몰 비대위’로 위기돌파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임한 비대위원 명단에서 박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쇄신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스몰(작은) 비대위’라는 인상을 준다. 왜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도 섞여 있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전 의원에 대해 “정파와 이념을 떠나 신망을 받고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은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 몸을 담았고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을 거쳐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경제수석을 지냈다. 그런가 하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과 부대표까지 지냈다. 한때 정운찬 전 총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불렸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재벌개혁의 주창자라는 말을 듣지만, 시류에 영합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박 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교수에 대해 “건강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대표하고 그동안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해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폭침 때 보인 태도 때문에 ‘위장 보수’라는 혹평까지 듣는다. 광우병 사태 때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고 했고, 천안함 사태 때는 “폭침이 아니라 누수로 인한 사고로 보인다”고 했다.

쇄신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박 위원장 처지에서는 되도록이면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사람을 영입하고 싶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참신한 이미지를 주고, 한나라당의 노선과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지 않거나 정체성이 불분명한 인사에게 쇄신을 맡긴다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양한 세대와 직업군에서 비대위원을 선임한 것이나, 비대위원 대부분이 박 위원장과 별로 인연이 없고 친이 친박 같은 계파색을 배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대 벤처 기업인을 영입한 것은 젊은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을 빼고는 외부 인사 모두가 정치 아마추어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의 치마폭에 싸여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비대위 인선은 한나라당 쇄신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어제 비대위 첫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