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몇만 명 조문 허용하면 北이 놀라 문 닫을 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북한 당국은 “남조선 당국이 단체들과 인민들의 조의(弔意) 방문길을 막지 말아야 하며 당국 자신도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요구대로 우리 정부가 민간의 방북 조문을 무제한 허용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남쪽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해온 수천, 수만 명이 평양 거리를 뒤덮으면 북한 내 특수계층인 평양 주민조차 자신들의 비참한 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평양 주민의 의식주(衣食住) 수준이 북한의 다른 곳보다 훨씬 낫다지만 남한 방문객의 외양을 보고 받는 충격이 클 것이다.

남한 내 종북(從北) 세력은 북한 체제를 찬양하면서도 남쪽에 눌러살려는 사람들이다. 북한 주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옷맵시도 헐벗은 북한 주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대거 방북하면 북한 당국이 화들짝 놀라 체제 유지를 위해 문을 닫아걸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북한이 어떤 핑계를 댈지 궁금하다.

친북 성향의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이 서울 대한문 앞에 김정일 추모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에 대해 남녘 동포들도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뜻대로 대형 분향소를 차리게 내버려두고 누가 조문하는지 면면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아들 서정우 하사를 잃은 어머니 김오복 씨는 김정일 사망 이후 “조문이 도리”라는 사람들 때문에 분개했다. 그는 아들 빈소에 찾아온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 8권을 모두 뒤졌지만 김정일에게 조문하자는 사람들의 이름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식 같은 병사들이 무참히 희생당할 때 침묵으로 일관했던 사람들이 그 ‘악당’의 죽음엔 안타까워하는 게 사람의 도리인지 묻고 싶다”고 아들 미니홈피에 울분을 토했다.

서울대생들은 교내에 김정일 분향소 설치에 강력히 반발함으로써 건강한 의식을 보여줬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서울대생 박모 씨(22·여)가 분향소 설치를 제안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실제 분향소를 설치했으나 학교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대부분의 학생은 “천안함 연평도 전사자에 대한 분향소 설치는 생각해본 적 있나” “스탈린, 차우셰스쿠보다 더한 인권 탄압까지 자행한 김정일에 대해 분향소를 차리자는 제안 자체가 폭력”이라며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정부가 자치단체의 조의 표명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천안함 연평도 사태 희생 병사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하거나 조문한 적이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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