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梁 대법원장, 최은배 서기호 판사를 보고만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부적절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쓰기로 물의를 빚은 판사들이 정부와 대법원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19일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SNS 글 가운데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당국의 방침을 과장 보도한 인터넷 기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정부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야만은 언제나 사라질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가카의 빅엿’ 등의 표현으로 법원장 구두경고를 받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도 “김정일 사망에 대해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써도 죄가 되나요?”라는 트위터리안 질문에 “솔직히 나도 헷갈립니다. 2009년부터 뭔가 꼬투리를 잡아 불법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방북하고 조문해 기소된 사건이 이 판사들에게 배당되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부 판사가 자질을 의심케 하는 언행으로 사법부의 신뢰와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데도 대법원은 손을 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법관의 품위 유지 의무는 사적 영역에서도 요구된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끝냈다. 양승태(梁承泰) 대법원장은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며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을 뿐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53)는 “일부 판사들의 언행은 심각한 품위 손상에 해당돼 충분히 징계감”이라면서 “대법원이 징계위원회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으며 징계처분 없이는 정직 감봉 등 불리한 조치를 받지 않도록 특별히 신분이 보장돼 있다. 이는 공정한 재판과 사법의 독립을 위한 것이지 막말까지 보호하려는 건 아니다. 법관징계법도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를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정모 판사에 대한 징계 관련 판례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법관의 의견은 비록 사견(私見)이더라도 파급 효과가 중대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오도될 여지가 크다”며 판사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양 대법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리더십이 얕잡아 보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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