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훈]부자감세 탓에 30년 국채발행?… 황당한 SNS 궤변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상훈 경제부 기자
이상훈 경제부 기자
“30년 국채는 4대강과 부자 세금감세로 생긴 재정파탄을 다음 세대에게 씌우는 것이다.”(@retiredwoo)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30년 만기 국채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최근 밝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메시지 중 하나다. 소설가 공지영 씨의 “30년 국채 안 돼!”라는 ‘도발적’ 메시지가 호응을 얻고 있고 “아빠가 빚내니 아들딸이 갚는 식” “4대강으로 국가재정 말아먹고 국고채 발행하나” “30년물 발행은 가카(각하)의 깨알같은 재테크” 등의 자극적인 메시지가 SNS를 채우고 있다.

30년 만기 국채는 말 그대로 30년 후에 갚겠다는 채권이다. 이런 초장기 채권은 자본시장에선 선진국의 전유물로 평가받는다. 높은 국가신용도와 안정된 물가, 이를 소화해 줄 만한 자본시장이 없으면 발행은 꿈꾸기 힘들다. 미국 일본 독일의 채권시장 기준금리가 10년 만기 국채이고, 우리나라는 3년 만기 국고채인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초장기 국채발행을 추진해 2006년 20년 만기 국채 발행에 단 한 번 성공했을 뿐이다. SNS식 논리대로라면 당시 참여정부도 ‘20년짜리 꼼수’를 쓴 셈이다.

나랏빚을 지는 것은 늘 신중해야 하지만, 덮어놓고 ‘나쁘다’고 비난할 문제만은 아니다. 채권 만기가 길어지는 것은 재정자금을 그만큼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 등 외국자본의 우리 국채 수요가 늘고 있어 초장기 채권발행 검토는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다. 채권전문가들은 “잘만 추진되면 한국의 자본시장 성숙도를 높일 기회”라고 했다.

사실관계를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나 30년 국채의 의미를 알 수 있지만 SNS에서는 이런 ‘밋밋한 교과서’보다 독이 든 사과의 인기가 더 높다.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 파워 트위터리안은 “30년 국채 발행은 그 자체로 재정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궤변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누리꾼들은 이런 메시지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때도 그랬지만 사실과 다른 괴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여론이 왜곡되고 필요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SNS가 책임을 안 지는 공간이라고 해도 정상적인 경제정책까지 황당한 논리로 매도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일탈행위다.

이상훈 경제부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